서울 단지당 경비원 9.5명→8.7명
구축 아파트까지 CCTV·출입통제 통합 확산
주민 반발·고용불안에 다시 사람 찾는 곳도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아파트 경비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동마다 경비초소를 두고 경비원이 순찰과 주차관리, 제설·분리수거 등을 맡던 방식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 폐쇄회로(CC)TV와 출입통제, 주차차단기 등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통합관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사람 대신 시스템이 경비 업무의 일부를 맡으면서 아파트 경비인력도 과거보다 줄어드는 모습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은 2020년 5월 기준(2046단지) 1만9490명에서 2021년 5월 기준(2150단지) 2만380명으로 늘었다가, 2022년 12월 기준(1885단지) 1만5327명으로 감소했다. 2023년 9월 기준(2194단지)에는 1만9131명으로 다시 늘었지만, 단지당 평균 경비원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약 9.5명에서 2022년 8.1명, 2023년 8.7명 수준으로 줄었다.
조사 대상인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300가구 이상이거나 150가구 이상이면서 승강기가 설치됐거나 중앙집중식·지역난방 방식을 사용하는 공동주택 등을 포함한다. 단지 수가 늘어나는 동안 단지당 경비인력은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공동주택 관리업계에서는 CCTV와 차량·외부인 출입통제 등을 묶은 통합관제 시스템이 확산하면서 과거 동별로 배치하던 경비원을 줄이고 관제센터 중심으로 인력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한 대형 보안업체 관계자는 “최근 2~3년만 놓고 급격하게 수요가 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5년, 10년 전과 비교하면 관련 문의가 늘어난 것은 맞다”며 “과거처럼 인력 중심의 경비를 원하는 곳도 있지만 관리사무소나 입주민들이 CCTV·출입통제 등을 결합한 첨단 보안 시스템을 원하는 경우도 있어 단지별 수요에 맞춰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관리 효율화와 인건비 절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구축 아파트에서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계가 순찰과 출입통제 등 ‘경비’ 기능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경비원들이 오랫동안 함께 맡아온 제설·분리수거·주차관리 등 생활관리 업무까지 대신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눈은 누가 치우나”…통합관제 전환 둘러싼 갈등
서울 성북구 정릉동 약 2000가구 규모 P아파트에서 최근 벌어진 갈등도 이런 변화 과정에서 시작됐다. 이 아파트는 이달 말 기존 경비업체와 계약 종료를 앞두고 경비인력을 24명에서 22명 수준으로 조정하고 통합관제 시스템을 갖춘 새 업체를 선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경비·주차차단기·아파트 애플리케이션 등이 서로 다른 업체를 통해 운영되는 구조를 하나로 묶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경비인력이 줄 경우 보안보다 제설·분리수거·주차관리 등 생활관리 업무에서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체 변경 논의 과정에서는 ‘경비원 전원 해고’, ‘경비초소 폐쇄’ 등의 주장이 퍼지고 반대 서명도 진행됐다. 현직 경비원이 주민 부탁을 받아 관련 게시물을 부착하면서 입주자대표회의와의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다만 실제 검토안은 기존 24명을 22명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전원 해고나 초소 전면 폐쇄 방안은 아니었다.
통합관제 도입이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경기 군포시 산본동 S아파트에서는 시스템 도입 이후 기존 42명이던 경비인력을 18명으로 줄이기로 하면서 노동자와 지역 시민단체가 반발했다. 업체가 기존 노동자들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하자 고용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고 추가 통보가 잠정 보류되기도 했다.
반대로 통합관제를 도입했다가 다시 일반 경비 방식으로 돌아간 사례도 있다. 강북구 미아뉴타운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는 통합보안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올해 다시 일반 경비체계로 전환했다. 제설이나 재활용품 수거 같은 일반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 민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단지 사정을 잘 아는 박모 씨는 “다시 일반 경비원을 채용해 과거 방식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재채용 인원은 약 56명이었다고 한다.
보안은 기계가 대신해도…생활관리는 누가
경비원들은 자신들의 역할이 이미 단순 보안을 넘어섰다고 말한다. 한 아파트 경비원 김모 씨는 “과거에는 도난 방지나 순찰이 중요했지만 현재는 치안과 CCTV가 잘돼 순찰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재활용품 정리·시설관리·교통정리 등 실제 하는 일 대부분은 일반 관리”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사무는 관리사무소가 하지만 관리 실무는 경비원들이 맡는다”며 “‘경비원’보다 공동주택 관리 실무자라고 부르는 게 실제 역할에 더 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통합관제 확대 자체는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기존 경비원이 담당했던 업무를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형·고급 아파트에서 전문 보안업체와 체계적인 보안 시스템을 활용하던 방식이 일반 아파트로 확대되는 과정”이라며 “동별 경비인력을 줄이면 인건비 절감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교수는 “현실에서는 분리수거 때 박스를 정리하거나 청소하고 눈이 오면 제설까지 경비원들이 해왔다”며 “그런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통합관제로 전환한다면 보안은 전문 경비업체에 맡기되 분리수거·청소·제설 등은 별도의 관리·청소용역으로 넘기는 등 역할을 명확하게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동별 경비원을 줄이고 기계식 경비로 대체하면 시스템은 고도화돼도 주민들은 오히려 자기 동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져 보안이 허술해졌다고 느낄 수 있다”며 “줄어든 경비 인건비와 별도로 필요한 관리 비용까지 함께 따져 장단점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jookapooka@heraldcorp.com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고3 딸 학원비 40만원만” 끝내 외면한 전처…자식 마저 버린 ‘나쁜 부모’와 싸우는 그들 [세상&플러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29/news-p.v1.20260829.87d95bef732846b383020b75a70f53a5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