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자리 1년 8개월째 공석

새 정부 들어서고도 임명 늦춰져

경찰 지휘부가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과 관련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시 사항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등. [연합]
경찰 지휘부가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과 관련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시 사항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등. [연합]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잇따른 사건 암장과 부실 수사 의혹에 경찰이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경찰의 기강 해이와 무책임을 질타하고 있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에 따른 형사사법체계 재편을 앞두고 경찰의 수사 책임이 더욱 커지는 만큼 시선은 더욱 엄중하다. 하지만 정작 경찰 조직을 지휘하고 책임질 경찰청장 자리는 이번 정부가 출범한 뒤로 줄곧 비어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0일 경제와 안보 등 분야 6개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지만 경찰청장 지명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1년 8개월이 넘도록 수장 없이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경찰의 책임과 쇄신을 논하기에 앞서 경찰 지휘부 공백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는 제주 실종자 허위종결 등 일선의 부실이 경찰청장 공석과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최근 치안 구멍이 생긴 건 경찰청장 자리를 비워둔 것이 한몫 한다고 본다”며 “치안정감이 한둘이 아닌데 왜 아직도 인사를 하지 않고 있는지 그 어떤 이유를 들어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 책임이 더 커졌다면서 경찰청장 인사는 하지 않고 있는 상황 자체 모순적”이라며 “경찰 조직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으로 느껴지고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대행체제가 장기화하면서 일선이 아수라장이 됐다”며 “고위급 인사가 줄줄이 밀리니 다들 할 일은 안 하고 상부 눈치만 보는 조직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 24일 경찰청장 대행 체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경찰 고위직 공백을 지적하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경찰 상위 직급의 부재가 현장에서의 부실 수사로 반드시 이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홍 수석은 인선 지연에 대해 “내란과 관련해 경찰청장이 수사 대상이었고 파면이나 해임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후임 경찰청장 임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 여파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소추를 받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신분이 유지되는 만큼 한동안 후임 지명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헌재가 조 전 청장의 파면을 선고하면서 후임 인선을 가로막던 제약이 해소됐음에도 경찰청장 지명은 지금껏 미뤄지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경찰청장이 이렇게 오랫동안 공석인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초유의 사태”라며 “사회의 기본 질서를 책임지는 경찰청장을 왜 이렇게 오랜 기간 임명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서 청와대나 정부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 교수는 “유일한 수사기관인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게끔 만들어서 정치적으로 길들이려는 목적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찰을 향한 쇄신 압박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열고 “최근 경찰의 기강 해이, 치안 문제 무책임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며 “앞으로 국가기구 중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경찰이 커진 권한만큼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주문에 맞춰 김남희·이해식 의원을 공동 단장으로 한 경찰개혁추진단을 설치하고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26일 경찰 지휘부 회의를 소집하고 자체 쇄신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ar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