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을 휩쓴 대홍수로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인명·물적 피해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문가는 “재난의 본질적인 구조 자체는 다르지 않다”며 한국 역시 언제든 비슷한 대형 재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지난달 31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네팔은 네팔이고 한국은 한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구조 자체를 보면 사실 네팔이나 한국은 거의 동일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오랫동안 안전해 보이던 곳이 갑자기 무너졌고 경보를 울려도 대피 시간이 부족했다”며 “본질적인 구조 자체는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 발표에 따르면 이번 대홍수는 네팔 랑탕리룽 남쪽 사면의 해발 약 5200m 지점에서 얼음과 암석이 함께 무너지는 ‘빙암 붕괴’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빙하와 암석은 해발 약 4000m 지점까지 매우 빠르게 떨어지며 산비탈의 토사를 휩쓸어 거대한 토석류를 형성했다. 이 토석류는 해발 약 1800m의 지룽 통상구에 도달해 축구장 약 100개 면적의 건물 27채와 부대시설을 초토화했다. 빙암 붕괴가 발생한 뒤 지룽 통상구를 덮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6~7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는 네팔과 같은 빙하 지대가 없지만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토석류가 빠르게 내려오면서 비슷한 위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분석이다.
최 교수는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급경사를 따라 물이 내려오면서 마을을 덮치거나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강원도나 지리산, 설악산 계곡부의 펜션과 야영장 역시 똑같은 협곡 지형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에서 경보를 해도 하류에 도달하는 시간이 굉장히 빠르다”며 “토석류가 빠르다면 실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측면에서 네팔이나 한국은 역시 똑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노후 저수지와 지하차도 등 인공적인 위험 요인이 곳곳에 있어 폭우가 쏟아질 경우 대형 산사태로 이어질 위험성이 네팔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태양광이라든지 또는 노후 저수지라든지, 또는 강원도 쪽이나 경북 쪽에서 대형 산불 이후에 방치돼 있는 이런 사면들, 비가 오면 굉장히 산사태가 발생할 수가 있다”면서 “이번 사고의 본질은 경보가 울린 뒤 사람이 실제로 안전한 곳까지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됐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국내 경보 시스템은 현재 충분히 잘 갖춰져 있다면서도 “앞으로 단순히 물이 차올라서 그걸 기다려서 측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예측해서 경보할 수 있는 이런 재난 관리의 패러다임 자체가 근본적으로 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bb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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