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30년 만에 3%대…1996년 9월 이후 최고수준

BOJ 추가금리 인상 전망에 美긴축 가능성 겹쳐

다카이치 취임 1년도 안돼 1.6→3% 급등…확장재정 ‘발목’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P]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1일 도쿄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한때 전날보다 0.06%포인트 오른 연 3.000%를 기록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3%대에 올라선 것은 1996년 9월 이후 30년 만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취임한 지난해 10월 당시 일본의 장기금리는 1.6%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1년도 채 안 돼 금리가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과 미국의 긴축 우려가 겹친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에 대한 시장의 경계가 커진 영향이다. 국채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추진해온 다카이치 정부의 정책 운신 폭도 좁아질 전망이다.

금리 급등에는 대내외 요인이 겹쳐 있다. 대외적으로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9월 미국 금리 인상 관측에 무게가 실렸고, 이에 미국 장기금리가 오르면서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약세·달러 강세가 함께 진행됐다.

전날 한때 달러당 엔화는 160엔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엔저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것으로 보고 일본은행이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이는 채권 매도로 이어졌다.

중동발(發) 인플레이션 압력 등 글로벌 요인도 영향을 미쳤지만, 일본의 금리 상승 속도는 미국·유럽 주요국보다 가파르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적극재정’을 내세운 다카이치 내각의 정책 기조가 대내적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전략산업 17개 분야에 2040년까지 민관 합계 370조엔 이상을 투자하는 성장전략을 확정했고, 8월에는 2027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1%로 한시 인하하는 방침도 결정했다. 지난달 말 마감된 2027회계연도 예산 개산요구에서는 사실상 상한이 없는 성장투자 항목이 새로 신설되면서 일반회계 기준 요구액이 총 143조엔 안팎까지 불어났으며, 연말에는 방위비 추가 증액 방안도 결정될 전망이다.

문제는 소비세 감세와 방위비 증액에 필요한 재원이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장의 경계감은 지난 7월 이미 한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정부가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이른바 ‘호네부토 방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초안에 ‘재정건전화’라는 문구가 빠진 사실이 알려지며 금리가 급등한 ‘호네부토 쇼크(다카이치 내각의 확장 재정 정책으로 국채 금리가 치솟고 엔화 가치가 떨어진 금융시장 혼란 사태)’가 터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당시 “금리 상승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환율시장과 금리는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장기금리는 3%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재정 운용의 근본 방향과도 맞물려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앙·지방정부를 합친 기초재정수지(PB)를 매년 흑자로 만든다는 기존 목표 대신, 정부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안정적으로 낮추는 것을 재정운영의 중심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추경 의존도를 줄이고 신규 국채 발행액을 전년보다 억제하려는 것도 이런 기조의 연장선이다. 소비세 감세를 확정한 지난달 5일에도 총리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시장의 신뢰 확보에도 충분히 유의한 재정운영을 해왔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금리 상승으로 국채 이자 부담이 커지면 그만큼 감세나 재정지출 확대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정규율을 강조해온 다카이치 총리의 메시지가 시장에 충분히 먹히지 않으면서, 시장은 사실상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3% 돌파를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탈출과 금융 정상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재정 확대에 대한 채권시장의 경고로 해석한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까지 겹치면서, 다카이치 정부가 소비세 감세와 방위비 증액에 필요한 구체적 재원 대책을 연말까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향후 금리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