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캔들’ 논란 중앙부처 인사 내정에 온라인 여론 확산
‘개발 적격자’ 촉구·‘주민 검증’ 요구했던 13개 단체는 공식 입장 없어
타 시민사회단체들도 무반응
제9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에 중앙부처 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과거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 논란을 둘러싼 반발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불과 한 달여 전까지 인천경제청장 인선 과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인천지역 13개 주민·시민사회단체는 중앙부처 인사의 내정 사실이 알려진 이후 현재까지 공동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앙부처 인사는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 과거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근무 당시 불거진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 연루 이력이 다시 지역사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인천지역 시민사회가 불과 얼마 전까지 경제청장 인선 문제를 놓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는 점이다.
올댓송도,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청라미래연합회 등 13개 주민단체로 구성된 인천광역시총연합회는 지난 7월 경제청장 공모와 관련해 송도·영종·청라의 개발 현장과 경제자유구역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유치와 개발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적격자를 선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주민단체들은 경제청장이 단순히 행정 경력만 갖춘 공무원이 아니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개발 현안을 정확히 이해하고 국내외 투자유치를 통해 침체된 개발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실행형 리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3개 주민·시민단체, 성명 통해 적임자 촉구 ‘적극적’
지난달 7일에는 다시 공동성명을 내고 경제청장 인선 과정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검증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박찬대 인천시장에게 촉구했다.
당시 13개 단체는 경제청장 공모 요건에 ‘대국민 공감대 형성 능력’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포함돼 있으면서도 정작 그 소통의 대상인 시민에게 후보자를 평가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또 후보자의 경력과 직무수행계획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마디로 13개 단체가 당시 내세운 원칙은 두 가지였다.
경제청 업무와 개발·투자유치를 제대로 아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인물이 과연 적격자인지 주민들이 직접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내정자로 알려진 인사는 산업·통상 분야에서 오랜 공직 경력을 쌓았다는 점에서 주민단체들이 요구했던 ‘경제와 투자유치를 아는 인물’이라는 기준에는 일정 부분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공직생활 당시의 논란이 다시 지역사회에서 제기되면서 오히려 13개 단체가 요구했던 ‘주민 검증’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이 후보자의 경력과 능력, 공직 윤리와 과거 논란까지 직접 확인하고 질문할 수 있는 공개 검증 절차가 있었다면 이번 논란 역시 사전에 상당 부분 검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13개 단체를 향한 또 다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갑자기 침묵으로 일관 ‘왜 일까’
경제청장 후보는 주민이 직접 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단체들이 정작 가장 큰 검증 논란이 불거진 인선 앞에서는 왜 침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히 내정자의 과거를 문제 삼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13개 단체가 스스로 요구했던 주민 검증 원칙이 실제 후보가 결정된 뒤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모가 진행되기 전에는 경제청장 인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성명을 내고 후보자 선발 과정에서는 시민에게 검증 권한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작 내정자가 사실상 결정되고 그 인물을 둘러싼 과거 논란까지 불거진 뒤에는 별다른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시민사회단체의 ‘선택적 침묵’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론 침묵이 곧 중앙부처 인사의 내정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 13개 단체 내부에서 아직 공동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경제청장 인선에 대해 두 차례나 공동성명을 내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만큼, 이번 인선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제시했던 기준에 따라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주민단체가 요구했던 ‘검증’은 특정 후보를 반대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후보자가 누구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만약 내정자가 투자유치와 경제자유구역 정책을 이끌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라고 판단한다면, 13개 단체 역시 그 이유를 시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다.
타 시민사회단체들도 관망 자세로 일관
반대로 과거 논란이 경제청장으로서의 공직 신뢰와 대외 투자유치 활동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공개적인 검증이나 인선 재검토를 요구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두 차례나 경제청장 인선의 방향과 절차를 요구했던 단체들이 정작 가장 민감한 인선 논란이 불거진 시점에서는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경제청장 인선은 결국 내정자 개인의 과거를 둘러싼 논란을 넘어 박찬대 시장의 인사 검증과 시민사회의 역할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내정자를 둘러싼 논쟁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제청장 인선 과정에서 ‘주민 검증’을 요구했던 13개 단체는 아직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제청장을 주민이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후보가 결정되기 전까지만 유효한 원칙이었는지, 아니면 내정자가 누구든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기준인지는 이제 13개 주민단체가 직접 답해야 할 질문이 됐다.
“지역 커뮤니티는 반발하는데, 시민사회단체는 왜 침묵하는가.”
이번 경제청장 인선의 또 다른 쟁점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되고 있다.
다른 시민사회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경제청장 인선에 대해 관망만하고 있는 입장이다.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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