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GDP 실질 대비 7배…반도체 가격 영향
기업이익 가계·정부로 확산해 내수증대 전망
한은 총재 “통화정책 지표 명목GDP가 중요”
내달 초 발표 9월 물가 상승률도 주목할 변수
관례 벗어난 백투백 후 3연속 인상 부담 여전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10월 통화정책 방향의 주요 지표로 제시한 명목GDP(국내총생산)가 약 47년 만에 가장 큰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하면서 향후 기준금리 향방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 연속 인상 ‘강수’를 둔 신 총재는 한동안 상황을 살피겠다고 언급했지만, 주요 지표들은 여전히 ‘금리 인상’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이다. 약 한 달 반 남은 다음 회의까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명목GDP는 전기 대비 9.2% 성장했다. 1976년 1분기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던 1분기(10.5%)와 비교하면 증가율은 소폭 둔화했다. 다만 전년 동기 기준으로 보면 26.4% 증가하며 1979년 3분기(27.7%) 이후 46년 9개월(187분기)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명목GDP란 실질GDP에서 물가 상승의 영향을 제외한 값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피용자보수가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1.9% 증가했고, 총영업잉여는 제조업과 금융·보험업 등을 중심으로 18.5% 늘었다. 특히, 총영업잉여는 통계 공표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순생산 및 수입세는 정부 보조금 확대에 6.2% 감소하며, 통계 공표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명목GDP에서 물가 상승의 영향을 더한 실질GDP는 1년새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명목GDP 성장률이 실질GDP보다 7배 넘게 컸던 셈이다. 이 격차가 벌어진 것은 반도체 가격 급등에 교역조건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가격이 오르면서 명목GDP를 크게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이날 오전 ‘2분기 국민소득(잠정) 설명회’에서 “2분기 명목GDP 성장세가 확대된 것은 실질GDP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 가운데 GDP디플레이터가 1분기 12.9%에서 2분기 21.9%로 큰 폭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GDP디플레이터란 한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대상으로 측정한 종합 물가지수다. 명목 GDP와 실질 GDP의 차이를 통해 현재 물가 수준을 나타낸다. 2분기 내수 디플레이터는 3.6% 상승한 데 비해, 수출 디플레이터는 56.6% 올랐다. GDP디플레이터 상승에 수출 가격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김 부장은 “특히 이번 분기에는 반도체 제조업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여타 업종으로 실적 개선 흐름이 점차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총영업이익 증가는 성과급 배당금 등 가계소득 증가로 나타나고 법인세, 근로소득세, 배당소득세 등 정부 소득도 증가하며 시차를 두고 내수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최근 실질 GDP만으로는 소득이나 구매력 등을 판단할 수 없다면서 명목GDP를 강조하고 있다. 실질GDP보다는 명목GDP가 현재 한국의 경제 성장세를 더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목GDP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10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신현송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10월 통화정책 방향의 주요 지표로 “회의 전에 8·9월 물가지표를 가져갈 수 있다. 물가지표가 중요하다”며 “2분기 GDP 잠정치, 특히 9월 초에 발표되는 명목 GDP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8월 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국가데이처터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3.1%, 6월 3.2%를 기록한 뒤 7월 2.8%로 내려갔다가 8월 다시 3%대로 높아졌다.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또한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하며 2023년 5월(3.8%)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앞으로 관건은 10월 초에 발표될 9월 물가가 될 전망이다. 8월 물가에는 지난해 SK텔레콤 해킹 사태 보상에 따른 요금 감면 기저효과가 큰 영향을 끼쳤던 만큼, 9월에는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휴대폰 요금감면의 기저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더라도 8월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았기 때문에 높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 소멸로 8월보다 낮아지겠지만 근원 품목을 중심으로 기조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9월 물가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더라도 3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 총재 스스로 인정했듯 지난달 연속 인상이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었던 데다가, 향후 연속 인상에 따른 효과를 점검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주요 지표들이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한번은 쉬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소득 증가가 내수 전반을 끌어 올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신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기준금리를)연속 인상했기 때문에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며 한동안 상황을 관망할 것임을 시사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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