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첫 조정 직후 “모든 수단 동원”…7건 법적 쟁송 남발에 대화 진정성 논란
사측 “1차는 일정 조율 자리…왜곡 회의록 배포 유감, 법과 원칙 따라 엄정 대응”
사회적 공감대 잃고 피로감만 가중…직원들마저 “파업 끝낼 생각은 안하고” 성토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올해만 27차례에 걸친 교섭과 파업 끝에 노동위원회 사후조정으로 돌파구를 찾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노동조합의 무책임한 ‘판깨기’ 행태로 첫날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노사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어렵게 마주 앉은 자리에서 노조가 회사의 진전안 부재를 구실 삼아 또다시 ‘2차 파업’을 운운하며 대화의 장을 무력화하자, 치열한 글로벌 바이오 시장 상황을 외면한 극단적 투쟁에 직원들마저 등을 돌리며 내부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8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의 제1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다. 사후조정은 3월 조정 중지 이후 노사가 대화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자 공동으로 신청한 절차다. 노사는 1차 회의에서 조정위원들의 중재에 따라 10~11일 단체협약 자율 교섭을 거쳐 15일 제2차 조정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는 1차 회의가 끝난 당일(8일) 곧바로 언론과 조합원에게 입장문과 자체 회의록을 알린 데 이어, 다음 날인 9일에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해당 내용을 공유하며 즉각적인 투쟁을 선언해 찬물을 끼얹었다. 노조는 “회사가 약속과 달리 아무런 안도 내놓지 않았다”며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사후조정 참여를 철회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2차 파업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이에 대해 회사는 사내 안내문을 내고 노조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사측은 “1차 회의는 향후 교섭 진전을 위한 일정 수립과 기본 원칙(그라운드룰)을 정하는 자리였으며, 회사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아니었음을 조합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정위원들의 발언 취지는 노사 양측 모두 타협 가능한 안을 내라는 당부였음에도 조합에 유리한 문구만 발췌해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회사가 교섭 진행 중에 임직원을 상대로 직접 입장문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노조가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을 유포하며 사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고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애초에 타결 의지 없이 ‘세력 과시’에만 매몰돼 파행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노조는 본격적인 사후조정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 회사와 대표이사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등 7건의 법적 쟁송을 추가로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화의 장을 열어놓고 뒤로는 무더기 소송전을 벌이며 시작부터 교섭판을 깨뜨리려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수주 경쟁이 격화되고 미국 록빌 공장 가동과 3조원 규모 유상증자 등 중대한 미래 사업 확장이 맞물린 시점에서, 교섭 재개 첫날부터 2차 파업을 들먹이는 것은 명분 없는 ‘몽니’이자 ‘협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 노사가 극한 파업 위기 속에서도 한발씩 양보하며 타결을 이끌어낸 흐름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게다가 노조는 단체협약 수정안에서도 인사 제도 변경, 인력 재배치 및 조직개편 등에 대한 노조의 ‘사전 동의·합의’라는 무리한 경영권 침해 요구를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장기화하는 노조의 강경 일변도 투쟁은 대외적인 사회적 공감대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장 직원들의 피로도만 극에 달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의 처우를 받는 상황에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과 경영 개입을 고수하는 행태는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고, 끝 모를 분규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사후조정을 시작했으면 끝낼 생각을 해야지 첫날부터 회의를 깨느니 마느니 하고 있다”, “촐싹대다 결국 판만 다 엎었다, 원래부터 판을 깨고 싶었던 것 아니냐” 등 무책임한 강경 노선과 지도부의 자질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후조정의 정상화를 촉구하며 원칙 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다. 회사 측은 “사후조정 절차가 정상적이고 의미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자세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며 “노동조합이 제기한 법적 쟁송 및 최근 발생한 왜곡·비방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며, 노동조합 차원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끝까지 책임감 있고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하여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줄이고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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