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단, 관리 의무 불구 해외 점검 사각
해외 소재 공장 29곳 인증 연도=점검 연도
박수민 “점검 없이 혜택만…방치 유무 따져야”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한국에너지공단이 운영하는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 제도의 해외공장 관리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을 받으면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일부 해외공장은 인증 이후 20년 넘게 후속 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효율 인증을 받은 해외 소재 공장 37곳 중 29곳은 인증 취득 연도와 최종 점검 연도가 동일했다. 인증을 받은 해 이후 별도의 점검 이력이 없었던 셈이다.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은 에너지공단이 1996년부터 시행한 제도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의 초기 시장 형성과 보급을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LED 조명과 인버터, 가스보일러, 펌프, 전기차 충전장치 등이 대상이다.
인증 제품은 공공기관 우선구매 대상이 되고 신축 건축물 설치 의무화, 에너지자금 융자 지원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인증과 연계해 지급된 보조금은 최근 5년간 25억3000만원에 달했다.
에너지공단은 인증 제품이 기준에 맞게 계속 생산되는지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규정상 국내와 해외공장의 점검 기준에는 차이가 없지만 실제 점검 실적은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핀란드 소재 공장 한 곳은 2003년 인증 이후 23년 동안 후속 점검을 받지 않았다. 2006년 인증을 받은 싱가포르 공장과 2007년 인증을 받은 일본 공장도 이후 점검 이력이 없었다.
최근 10년간 해외공장 점검은 11회에 그쳤다. 마지막 현장점검은 2019년으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 연속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공장 점검은 392회 진행됐다.
에너지공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현장점검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인 2024년과 2025년에는 관련 예산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공단은 해외공장 한 곳을 점검하는 데 중국 등 아시아권은 최대 500만원, 미국은 최대 800만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다만, 관련 예산은 2020년 823만원에서 2021년과 2022년 각각 733만원, 2023년에는 208만원으로 줄었다. 2023년 예산으로는 아시아권 공장 한 곳을 점검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인 것이다.
에너지공단은 지난해 7월 국민신문고 민원을 계기로 해외공장 현장점검을 다시 추진했다고 밝혔다. 올해 관련 예산으로 1200만원을 편성했다. 2인 기준 2~3개 업체를 점검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장점검 대상이 아닌 공장은 자가점검 자료를 토대로 평가한 뒤 미흡한 곳을 직접 확인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 해외 인증 공장 37곳 가운데 인증 이후 별도 점검 이력이 없는 곳만 29곳에 달한다. 매년 2~3곳씩 현장점검할 경우 이들 공장을 한 차례씩 확인하는 데도 10년 안팎이 걸릴 수 있다.
박 의원은 “해외 공장 점검이 6년째 한 건도 없는데도 ‘고효율 인증’과 공공기관 우선구매 혜택을 계속 유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규정상 국내와 해외 점검 기준이 같은데도 국내 공장만 매년 수십 차례 점검한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 만큼, 왜 해외 공장 현장점검을 사실상 방치했는지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mp125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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