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진입 장벽을 높이며 과열 진정에 나선 가운데 해외 상장 상품이 국내 증시 변동성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도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잇달아 상장되는 등 해외 시장이 커지면서다. 해외에서 늘어난 레버리지 수요가 글로벌 금융기관의 헤지 거래를 거쳐 국내 현·선물시장 수급과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해외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9종의 순자산총액(AUM)은 지난 8일 기준 총 64억4914만달러로 집계됐다. 원화(달러당 1351원 기준)로 환산하면 약 8조7127억원이다.
이는 국내 상장 상품 규모를 상회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4종의 AUM은 7조1948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상장 상품의 자산 규모가 국내보다 약 1조5000억원 더 큰 셈이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홍콩 상장 ETF의 규모가 압도적이다.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맥스 2배 레버리지’의 AUM은 48억9787만달러로 해외 상품 중 가장 컸다. ‘CSOP 삼성전자 데일리 맥스 2배 레버리지’의 AUM은 10억1570만달러다.
두 상품은 세계 최초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이다. 지난 5월에는 ‘CSOP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가 세계 최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처음 상장된 데 이어 미국에서도 7월부터 여러 운용사가 관련 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이 가운데 ‘그래나이트셰어즈 2배 롱 SK하이닉스 데일리’의 AUM이 2억3237만달러로 미국 상장 상품 중 가장 컸다.
이어 ▷‘프로셰어즈 울트라 SK하이닉스’(9430만달러) ▷‘레버리지셰어즈 2배 롱 SK하이닉스 데일리’(9201만달러) ▷‘티렉스 2배 롱 SK하이닉스 데일리 타깃’(4616만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SK하이닉스 불 2배’(4251만달러) ▷‘코기 SK하이닉스 2배 데일리’(2764만달러) ▷‘트레이더 2배 롱 SK하이닉스 데일리’(58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파생상품 거래가 현물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왝더독’ 현상이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개인 자금이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리면서 수급 쏠림도 강화됐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고, 신규 투자자에게 모의거래를 의무화하는 등 진입 장벽을 높여 과열된 수요를 진정시키는 데 나섰다.
문제는 해외에서 커진 레버리지 투자도 국내 증시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 운용사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을 운용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기관과 총수익스왑(TRS) 등 파생상품 거래를 활용한다. 거래 상대방인 금융기관은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국내 현물과 선물·옵션 등을 사고판다. 해외에서 발생한 레버리지 수요가 이 같은 헤지 거래를 거쳐 국내 증시 수급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는 구간에서는 레버리지 상품의 일일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한 리밸런싱과 이에 따른 헤지 거래가 확대될 수 있다. 해외 상장 상품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 같은 거래가 국내 시장의 가격 움직임과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셈이다.
한국은행도 해외에서 확대되는 레버리지 투자의 파급 효과를 지적했다. 한은은 전날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국제금융시장에서도 국내 주식 대상 레버리지 투자가 확대되면서 헤지 목적의 국내 현·선물 거래가 증가하는 등 예상치 못한 파급 효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운용사가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스왑 거래를 하면 IB는 국내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레버리지 배율을 맞춘다”며 “외국인 수급이 국내 주식에 주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국내 상품보다 해외 상품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최근에는 반도체주 변동성이 줄면서 시장도 진정된 모습이지만 해외 레버리지 상품을 통한 수요는 그대로 남아 있다”며 “국내 상품의 진입 장벽만 높이는 방식으로 전체 시장의 변동성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 월가에서는 레버리지 배율을 1시간마다 조정하는 ‘초단타 레버리지 ETF’이 상장 채비에 들어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 디파이언스는 최근 1시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16종의 출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했다.
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ETF인 ‘DRAM’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도 포함됐다. DRAM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9%, 16% 비중으로 담고 있어 두 종목이 편입 비중 1·2위를 차지한다. 기존 2배 레버리지 상품이 하루 단위로 목표 배율을 맞췄다면, 이 상품은 1시간을 하나의 거래일처럼 보고 매시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구조다.
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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