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 투자에 메모리 3사 성장 지속 달려
AI 인프라 투자재원 외부 의존도 높아 우려 고조
메모리 수요, 금융시장 환경에도 민감해져
한신평 “LTA, 고객사 신용·자금조달 위험까지 제거 못해”
빅테크 투자속도 조절 시 메모리 수요 둔화 가능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빅테크 고객사들의 외부 자금조달 증가가 자칫 메모리 업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메모리 3사는 고객사들과 최소 5년 이상의 장기공급계약을 맺으며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지만 향후 메모리 수요가 둔화로 돌아설 경우 재협상 가능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3일 블룸버그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1~12월)·마이크론(회계연도 9월~8월) 등 메모리 3사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2025년 105조원에서 2026년 795조원, 2027년에는 1284조원으로 기하급수적 성장이 예상된다.
빅테크 고객사들이 AI 서비스 수요 확대에 발맞춰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지속하면서 메모리 3사는 전례 없는 초고속 성장기를 맞은 상황이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의 외부 자금조달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 환경에 따라 투자속도를 조절할 경우 메모리 업황에도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난 10일 ‘한국신용평가 크레딧 세미나’에서 “2025~2028년 2조9000억달러 규모의 AI 설비투자(CAPEX) 중 약 50%를 외부 자금으로 조달할 전망”이라며 “금리, 자본시장 유동성, 투자자의 위험선호도 등 금융시장 여건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로 인해 메모리 업황은 실제 수급뿐만 아니라 고객사의 신용 및 자금조달 구조에도 좌우될 만큼 금융시장 환경에 민감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과거 메모리 시장은 스마트폰·PC 등 소비자용 제품 수요에 따라 업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변동성이 고질적인 문제였다.
그러나 최근 AI 수요가 가세하며 메모리 공급난이 심화하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5년 이상의 장기공급계약(LTA)으로 변동성을 낮추고 사업 안정성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확정적인 미래 수요와 계약 이행에 대한 높은 상호 구속력을 수용할 수 있는 고객사를 중심으로 LTA를 협상하고 있다”며 “글로벌 5대 데이터센터 고객사와는 이미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예치금 등 계약 이행을 뒷받침하는 재무적 장치를 포함해 고객의 중장기 수요 계획에 대한 가시성과 신뢰성을 높였다”며 “가격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방식을 고객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고객사에 5년에 걸쳐 메모리를 공급하기로 하고 미리 약정금을 받는 방식으로 장기공급계약 성격의 전략적고객협약(SCA)을 확대하고 있다. 고객사가 약속한 물량을 구매하지 않아도 반드시 대금을 지급하도록 구속력도 갖췄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훈 수석애널리스트는 “장기공급계약은 물량과 가격의 단기 가시성을 높이지만 고객사 신용, 자금조달 위험까지 제거하지는 못한다”고 바라봤다.
실제 메모리 수요가 당초 계약물량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재고물량이 쌓이면서 조정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 수석은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고객 신용도가 하락하거나 자본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장기공급계약상 조건을 두고 재협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장기공급계약은 사이클을 제거한다기보다 단기변동성을 완화하고 위험 발생경로와 시점을 바꾸는 장치”라며 “메모리 업체 신용도에는 재무완충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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