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 속 실버 인턴 ‘기호’·CEO ‘선우’ 役
30년 뛰어넘은 최민식·한소희의 특별한 호흡
“비교는 숙명, 결국 우리의 것을 보여주면 돼”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인턴’은 10여 년 전 로버트 드 니로, 앤 해서웨이 주연으로 사랑을 받았던 동명의 할리우드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창업 3년 만에 매출 100억 원대를 일군 패션 브랜드 ‘우투투(WOO22)’의 젊은 경영자 선우(한소희 분)와, 37년 경력의 베테랑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 분)가 들려주는 잔잔하고도 따뜻한 K-오피스 코미디. 세대를 뛰어넘는 두 주인공의 케미스트리는 스크린 밖에서도 유효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난 한소희와 최민식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에게서 배우고 서로를 존중했던 촬영장의 순간을 함께 나눴다. 30년이 넘는 나이 차를 뛰어넘어 한 팀이 됐던 두 사람의 경험은, 영화가 그리는 선우와 기호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모든 리메이크 작품은 태생부터 원작과의 비교라는 숙명을 타고난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기준점은 먼저 세상에 나온 ‘오리지널’이다. 하물며 그 작품이 너무나 유명하고,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가 드니로, 해서웨이라는 두 할리우드 스타라면 이루 말할 것도 없다.
부담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이들은 미리 입을 맞춘 듯 “우리의 것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최민식은 “살짝 뒤집어서 생각하면 간단한 문제더라. 원작과 비교당하는 것은 이 작품을 하자고 결정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것”이라면서 “어쩔 수 없다면 열심히 해서 우리 것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故) 김민기의 노래 ‘봉우리’를 한영애가 다시 부른 것을 언급하며 “원곡보다 노래를 더 잘해야 한다는 경쟁의식이나 두려움을 갖고 부른 게 아님에도 원곡 못지않은 감동이 있다”면서 “오리지널과 리메이크의 차이는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한소희는 촬영에 앞서 의도적으로 원작과 ‘거리 두기’를 했다. 마찬가지로 원작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선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좋은 원작의 리메이크에 참여한다는 건 제 입장에서는 영광스러운 일”이라면서 “원작을 따라 하려는 순간 그건 리메이크가 아니게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한국판 ‘인턴’에서 두 사람이 연기한 기호와 선우는 원작의 주인공 ‘벤’, ‘쥴스’와는 비슷한 듯 다르다. 기호가 풍기는 한국 아저씨 특유의 푸근함은 세련된 중년미를 뽐내는 로버트 드니로의 그것과는 다르고, 성공과 열정이란 단어 뒤에 언뜻 새어 나오는 선우의 외로움과 불안함은 더욱 안정형에 가까운 앤 해서웨이의 그것과도 다르다.
“몸뚱이가 다른데 그 형님(드니로)을 따라가려고 하면 되겠어요. 정서적으로 차별화를 둬야겠다고 생각했죠. 세련된 서양 아저씨의 아우라보다는, 딸 같은 후배를 바라보는 한국 아저씨 특유의 정서를 살리려 했어요.”(최민식)
“불안함에서 오는 완벽주의 성향, 마음만 앞서는 불안정함이 저와 선우가 닮은 것 같아요. 이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스스로를 절벽으로 밀어 넣는 순간들이 비슷하다고 느꼈죠. 반면 선우의 진취적이고 강단 있는 모습을 볼 때는 저보다 어른스럽다고 느껴졌어요.”(한소희)
30년 넘는 나이 차이는 작품을 넘어 다른 ‘세대’를 살아가는 두 배우에게도 공통된 화두였다. 경험과 연륜에 대한 따뜻한 시선, 세대를 막론한 경청의 자세와 그를 통해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인물들 속에서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촬영장에서도 유효했다. 젊음으로 가득 찬 촬영장에서 최민식은 “같이 놀아보자는 마음”이었고, 한소희는 그런 최민식을 유독 따라다니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스크린 밖 케미를 쌓아갔다.
최민식은 “요즘 젊은 배우들 특유의 유연함과 자연스러움이 있다. 저 스스로 예민해지고 경직될 때, 이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오히려 제가 유해지더라”며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나게, 세모난 그릇에 담으면 세모나게 되는 것처럼 저도 물이 되려고 했다. 한번 같이 재미있게 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한소희는 “처음엔 (최민식 선배님이) 무서웠다.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리딩을 통해 친해지려고 많이 노력했다”면서도 “선배님이 촬영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셨다. 말을 안 해도 계속 현장에 같이 있어 주셨고, 그럴 때마다 장난을 걸어주셨다. 밥도 같이 먹고 졸졸 쫓아다녔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 틈틈이 김도영 감독과의 작업에 대한 두터운 신뢰도 내비쳤다. 한소희는 “감독님이 엄청 소녀 같으면서도 그 안에 카리스마가 있다. 배우 출신이라 그런지, 미팅 때부터 어떤 결로 연기를 했으면 좋겠는지 명확하게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최민식도 “배우 출신이라 배우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넓은 마음으로 판을 깔아주셨다”며 “이렇게 해보라고 제안해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셔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더불어 살아감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이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이들이 배우로서 느끼는 바는 남다르다. 지금까지 쌓아왔고, 앞으로 쌓아갈 모든 것들이 ‘나 하나 열심히 한다’고 이뤄지는 것들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소희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에 좋은 어른, 좋은 선후배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 같다”며 “연예인이라는 직업도 저 하나 잘나서 되는 게 아니라, 오래 함께한 스태프와 회사가 있기에 완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득한 장르물 대신 오랜만에 따뜻한 얼굴로 관객을 만나게 된 최민식은 인터뷰 말미 “죽을 때까지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60대 한가운데서 대부분의 촬영장에서 ‘선배’로 살아가고 있는 그이지만, 늘 출발선에 서 있는 듯한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뜨겁다.
최민식은 “예술영화든 오락영화든 상관없다. 인디애나 존스가 나쁜 영화는 아니지 않나. 하나의 장르에 갇히지 않고 영화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계속하는 게 목표”라며 “나이 먹는 게 배우로서는 오히려 좋다. 예전엔 안 보이던 게 지금은 보인다. 삶의 애환과 기쁨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업에서는, 나이 먹은 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깊이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간만에 극장가를 찾은 한국 영화들로 풍성한 추석이 예고돼 있다. 두 사람은 극장가가 다 함께 잘됐으면 한다는 바람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4년 만에 작품을 선보이는 거라 떨립니다. 오랜만에 한국 영화가 다양한 밥상으로 관객을 맞는다는 것 자체가 좋은 기회인 것 같고요. 일단은 관객들이 극장으로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최민식)
“영화와 영화가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전 ‘암살자들’, ‘타짜’ 등 모든 영화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영화관이 붐비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한소희)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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