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올해보다 113.9% 급증
국세수입도 사상 처음 500조원 돌파
경기 민감한 법인세 의존도 커져
세수 급변 땐 재정 운용 불안 우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내년 법인세 수입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법인세가 소득세 수입을 추월하는 것도 2012년 이후 15년 만이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따라 세수가 크게 출렁이는 구조가 심화하면서 재정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재정경제부(재경부)의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법인세 수입은 216조7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101조3000억원보다 115조4000억원, 113.9% 급증한 규모다.
법인세가 두 배 넘게 불어나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인세 수입이 2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내년 법인세 수입은 소득세 전망치인 180조원보다도 36조7000억원 많다. 법인세가 소득세를 앞선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법인세 수입은 45조9000억원, 소득세 수입은 45조8000억원이었다.
법인세 수입은 기업 실적과 경기 흐름에 따라 큰 폭으로 움직여왔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으로 55조5000억원까지 감소한 뒤 2022년 103조6000억원으로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84조6000억원, 올해 101조3000억원으로 회복됐다.
반면 소득세는 물가 상승과 임금·취업자 증가, 자산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증가세를 이어왔다. 소득세 수입은 지난해 130조5000억원에서 올해 136조8000억원, 내년 18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부가가치세 수입은 올해보다 5.5% 증가한 91조4000억원으로 예상됐다.
법인세 급증에 따라 전체 국세수입도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다. 정부가 전망한 내년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 415조4000억원보다 169조원(40.7%) 많다. 국세수입이 500조원을 넘어서는 것도 처음이다.
문제는 전체 세수에서 경기 변화에 민감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커졌다는 점이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성장 구조가 세입에도 그대로 반영되면서 업황이 꺾일 경우 대규모 세수 결손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법인세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었던 2023년과 2024년에는 대규모 세수 재추계가 불가피했다.
반대로 예상보다 많은 세금이 걷힐 때 이를 어디에 활용할지를 둘러싼 논의도 필요하다. 일시적인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토대로 지출을 확대하면 향후 경기가 둔화했을 때 지출을 급격히 줄이거나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설할 미래대응기금을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여러 해에 걸쳐 추진하는 투자 사업을 세수 변화로부터 보호하고, 위기 때 갑작스러운 지출 축소나 국채 발행 확대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이번 법인세 증가가 규모와 불확실성 측면에서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 업황에 크게 좌우되는 세입 구조를 고려해 재정 여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재정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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