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미디어데이’ 로드맵 공개
SDV 테스트베드車 도심 주행 나서
2029년까지 데이터·단계별 고도화
아트리아 AI 기반 레벨2++ 모델 개발
박민우 “700만대 판매망으로 추격”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체 개발 중인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아트리아 AI’의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려, 오는 2029년 레벨2++ 양산차를 선보이겠다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사용자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양산을 앞당겨 단기 출시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해 완성도 높은 제품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포티투닷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 데이’를 열고, 주요 개발 성과 및 향후 실행 방안을 비롯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전략과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행사에서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테스트베드 차량이 운전자 개입 없이 복잡한 도심을 실제 주행하는 영상을 최초 공개했다. 영상에는 정형화된 시험환경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급격한 차로 변경과 갓길 주정차 차량, 차선 침범 등 각종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에서 선보인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가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운전대에서 손을 뗀 상태로 주행할 수 있는 ‘레벨 2++’ 수준으로,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이 단순한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실도로 검증과 데이터 기반 고도화 등 경쟁력의 완성도를 다져가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지금 서둘러 양산하면 우리가 가야 할 ‘노스 스타(North Star·궁극 목표)’보다 거리가 먼 어정쩡한 레벨2++를 양산하게 될 수 있다고 봤다”며 “아트리아 AI는 총력을 다하면 더 빨리 개발할 수도 있지만 전략적으로 일정을 늦춰 잡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양산 역량으로 경쟁사들 데이터 양 추월=현대차그룹은 2027년까지 아트리아 AI의 주행·주차·능동안전 등 주요 기능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2028년에는 다양한 엣지 케이스를 집중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후 북미·유럽 등의 인증을 거쳐 2029년 하반기 아트리아 AI 기반 레벨2++ 양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엔비디아와 협업 전략을 발표하면서 엔비디아의 검증된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양산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자체 AI 기술을 내재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투 트랙 전략을 하나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핵심 기반은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데이터 플라이휠은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 학습과 검증에 활용한 뒤 개선된 모델을 다시 차량에 적용해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다. 차량 운행이 늘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AI 성능이 높아질수록 더 다양한 주행 상황을 소화하면서 다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아트리아 AI 양산까지 남은 기간을 기능 완성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데 활용한다. 권정현 현대차·기아 자율주행개발센터장 부사장은 “2027년까지 주행·주차·능동안전 등 다양한 기능을 제품 차원에서 완성도 높게 구현하고, 2028년 한 해 동안 수많은 엣지 케이스 데이터를 모아 정말 안전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 것”이라며 “2029년은 국내뿐 아니라 북미·유럽 등에서 안전 인증 획득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전 세계 190여 개 국가 및 지역에서 연간 70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필요한 방대한 실주행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잠재적 기반이 된다.
권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탑티어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데이터의 스케일을 확장하는 데 유리한 포지션”이라며 “자율주행 시스템의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되면 5년 이내에 경쟁사들이 누적한 데이터의 양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사장 “신뢰할 수 있는 기술 만들 것”=포티투닷은 아트리아 AI의 E2E 모델과 함께 차세대 기술인 비전·언어·행동모델(VLA)도 병행 개발하고 있다. E2E가 카메라 등 센서 입력을 차량의 행동으로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라면, VLA는 여기에 언어 기반의 상황 이해와 추론 과정을 더한다. 차량이 단순히 ‘어떻게 움직일지’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함께 이해하고 설명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박민우 사장은 “자율주행 경쟁은 더 이상 특정 기능의 우열을 가리는 경쟁이 아니다”며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며, 그 결과를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 경쟁의 본질은 결국 학습 속도의 경쟁”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데이터와 AI, 검증이 반복되는 선순환 구조를 기반으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빠르게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제인 기자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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