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끈 김병기 수사, 검찰이 보완 요구
속도전에 실패하고, 완결성까지 미흡
경찰 “최선 다했는데…안 돼 아쉬워”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경찰이 신청한 김병기 무소속 의원(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막히자 수사팀이 신속성, 완결성 모두 놓쳤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1년을 꼬박 사건에 매달린 ‘장고’가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최선을 다해 수사했지만 구속영장을 검찰이 청구하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최대한 신속하고 충실하게 보완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1일 서울경찰청이 신청한 김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김 의원에게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방침인지 묻는 말에 이 관계자는 “재신청이라는 말은 한 적 없다”며 “보완수사를 진행한 이후에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을 불구속 송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만 답했다. 경찰은 앞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거듭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자 결국 방 의장을 불구속 송치했다.
그동안 경찰은 수사가 장기화한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피하기 위해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성급하게 사건을 송치했다가 검찰로부터 보완수사 요구를 받으면 경찰의 수사 역량이 질책받을 수 있는 만큼 자체적으로 수사를 보완하겠다는 주장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경찰청 관계자는 영장 신청이 지체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면밀하게 수사하고 법리를 꼼꼼히 검토하다 보니 다소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4월 10일 김 의원을 마지막으로 소환 조사한 뒤 약 5개월이 지난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신속성보다 완결성” 강조했지만
구속영장 반려…또 도마 오른 수사력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원 수사가 장기화한다는 지적에 대해 “빨리 정리해 넘기면 검찰 단계에서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어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작은 부분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가 늘어지고 사건이 신속하게 종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하지만 신속하게 수사해서 생기는 문제들이 최근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수사의 완결성과 신속성 가운데 신속성에 중점을 두고 지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중요한 인물의 사건일수록 경찰의 역량을 평가받는 사건이 되기 때문에 엄밀성과 완결성을 높이려는 것이 지휘부의 입장”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보완수사 요구를 받지 않겠다며 시간을 끌어 온 경찰은 결국 검찰의 추가 수사 요구를 피하지 못했다. 검찰은 “경찰이 피의자(김 의원)에 대한 마지막 조사를 진행한 이후 구속영장 신청까지 약 5개월 동안의 수사 경과를 종합한 결과 구속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입증 자신한 혐의만 담았는데도 검찰서 퇴짜
‘1년간 뭐 했나’ 보완수사로 결론 지연 불가피
경찰은 13가지에 달하는 김 의원의 각종 비위 혐의 가운데 소명에 자신이 있다고 본 5가지만 구속영장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강선우 의원의 1억원 공천헌금 수수 묵인(업무방해)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사적 유용(업무상 배임) ▷차남의 진우산전 취업 및 숭실대 편입학 특혜(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대한항공 호텔 의전 제공(뇌물수수) ▷신라레저 관련 국정감사 특혜 청탁(뇌물수수) 등이었다.
반면 경찰이 두 차례 압수수색했던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김 의원이 차남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뇌물수수 혐의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동작구의원 2명에게서 측근을 통해 3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정치자금법 혐의 등 핵심 혐의는 영장에 담기지 않았다.
김 의원이 전직 보좌진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무단으로 유출했다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 의원이 자신의 SNS에 해당 대화 내역을 직접 게시한 만큼 비교적 법리 입증이 수월한 혐의로 꼽혔지만 경찰은 이를 영장 범죄 사실에서 제외했다.
경찰이 추리고 추려낸 피의사실조차 검찰의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이 (김 의원의)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같은 대표적 구속 필요성이 조금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혐의 보강을 위해 검찰과 협의하면서 보완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ar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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