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온 한 유명 방송인이 복역을 마친 지 1년여 만에 요식업을 통해 자립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매섭다. 마약 전문 변호사로서 현장에서 수많은 중독과 재활의 현주소를 지켜봐 온 필자는 이번 논란을 접하며, 우리 사회가 마약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근본적인 한계와 맹점이 있음을 다시 절감한다. 죄에 대한 정당한 공분은 존중돼야 하지만, 형사적 책임을 다한 뒤 노동을 통해 자립하려는 시도조차 봉쇄하는 분위기가 과연 공동체 전체에 이로운지 따져볼 문제다.
대중의 비판도 분명 일리가 있다. 마약범죄는 영혼과 신체를 갉아먹을 뿐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을 파괴하는 중대 범죄다. 출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경제활동에 나서는 모습은,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 구성원에게 “마약해도 금방 일어설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 길고 진정성 있는 참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질타 역시 수긍할 지적이다.
그러나 단죄와 한 인간에 대한 영구적 배제는 다른 문제다. 형기를 마친 이가 노동과 자영업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려는 직업 선택의 자유까지 ‘평생의 주홍글씨’로 막는다면, 이는 사적 제재이자 끝없는 사회적 형벌에 지나지 않는다.
해외 사례를 보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역시 마약 범죄를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당사자가 중독의 늪에서 벗어나 회복을 선언하고 일터로 돌아올 때, 사회는 차가운 배척 대신 뜨거운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 대표적인 인물이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그는 1990년대 심각한 약물 중독으로 수차례 체포되고 실형을 살며 재기 불능이라는 낙인이 찍혔지만, 처절한 치료와 재활 끝에 약물을 끊어냈다. 당시 사회는 그를 영구 퇴출하지 않았고, ‘컴백 키드(Comeback Kid)’라는 응원 속에 다시 기회를 주었다. 그는 ‘아이언맨’으로 화려하게 부활해 전 세계적 사랑을 받았고, 영화 ‘오펜하이머’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며 회복과 재활의 살아있는 상징이 됐다.
이들이 대중의 박수를 받는 이유는 마약 범죄를 미화해서가 아니다. 약물 의존은 형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뇌질환임을 인정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노력 끝에 단약(斷藥)에 성공해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에 희망을 준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가혹할 정도로 비정하다. 한 번 발을 들이면 영구적인 낙인이 찍히고, 합법적인 경제활동이나 재활 시도조차 ‘뻔뻔한 복귀’로 매도돼 다시 음지로 밀려난다. 수많은 마약 사범을 변론하며 마주한 가장 뼈아픈 비극은 바로 이 ‘단절’과 ‘고립’이다. 출소자가 생계를 유지할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하고 사회적 멸시 속에 갇힐 때, 그들이 다시 찾는 것은 안타깝게도 마약이다. 국내 마약 투약 사범의 재범률이 30~40%를 훌쩍 웃도는 현실 뒤편에는, 이러한 ‘자립의 기회 차단’이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시선도 성숙해져야 한다. ‘응보적 처벌’을 휘두르는 것으로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형사처벌을 받은 이들이 다시 약에 손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치료와 회복, 자립의 연대’가 절실하다. 잘못은 엄벌하되, 회복하고자 몸부림치는 이에게는 다시 땀 흘려 일어설 자리를 내어주는 포용이 자리 잡을 때 비로소 마약의 질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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