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준연, 스트론튬 원자 절대주파수 88년 만 재측정

KRISS 연구진이 스트론튬 전이주파수 측정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KRISS 제공]
KRISS 연구진이 스트론튬 전이주파수 측정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KRIS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88년간 사용돼 온 스트론튬 원자의 핵심 주파수를 새롭게 측정하고 오차를 50분의 1 이하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이재훈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포토닉 격자 칩을 활용해 스트론튬 원자의 절대주파수를 정밀 측정하고 새로운 기준값을 확립했다고 22일 밝혔다.

스트론튬은 광격자 원자시계와 양자센서,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등에 활용되는 핵심 원자다. 이를 양자기술에 활용하려면 빠르게 움직이는 원자를 레이저로 냉각한 뒤 정밀하게 제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자가 가장 잘 반응하는 빛의 주파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존 주파수 값은 1938년 태양 스펙트럼과 스트론튬 아크광을 비교해 측정한 것으로 불확도가 컸다. 연구자들은 정확한 기준값을 적용하는 대신 원자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레이저 주파수를 일일이 조정해야 했다.

연구팀은 스트론튬 원자의 냉각·제어에 사용되는 461나노미터(㎚) 파란빛의 전이주파수를 1년에 걸쳐 정밀 측정했다. 그 결과 650.503815(5)테라헤르츠(THz)라는 새로운 절대주파수 값을 확립했다. 측정 불확도는 약 5메가헤르츠(㎒)로 기존보다 50배 이상 개선됐다.

스트론튬 전이주파수 측정에 활용한 포토닉 격자 칩. [KRISS 제공]
스트론튬 전이주파수 측정에 활용한 포토닉 격자 칩. [KRISS 제공]

이번 성과의 핵심은 KRISS가 KAIST, 나노종합기술원과 공동 개발한 ‘포토닉 격자 칩’이다.

진공 내부에 설치된 칩 표면의 미세 격자 구조가 빛을 일정한 방향으로 회절·반사하도록 설계했다. 외부 거울 여러 개를 정렬하는 기존 방식보다 기계적 흔들림에 따른 측정오차를 줄이고, 하나의 칩으로 여러 방향의 레이저를 구현해 광학장치도 단순화했다.

연구팀은 측정값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다른 두 가지 측정법도 적용했다. 레이저 주파수에 따른 원자의 빛 반응을 분석하는 방식과 레이저로 감속된 원자빔의 속도를 통해 주파수를 역산하는 방식이다. 두 측정 결과는 오차 범위 내에서 일치했다.

특히 대한민국표준시를 유지하는 국가 시간·주파수 표준을 활용해 국제단위계(SI)와 연결된 측정값을 확보했다. 연구실이나 장비 환경이 달라도 전 세계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확립된 절대주파수 값은 스트론튬 기반 광격자 원자시계와 양자센서, 중성원자 양자컴퓨터의 원자 냉각·제어에 활용될 전망이다. 향후 광주파수 합성 기술과 결합하면 레이저 주파수를 일일이 탐색하는 과정을 줄여 양자기기의 소형화와 상용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훈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하나의 주파수 값을 다시 측정한 것을 넘어 차세대 양자기술에 활용될 정확한 측정기준점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양자과학기술에 필요한 새로운 측정 영역의 기준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측정표준 분야 국제학술지 ‘메트롤로지아(Metrologia)’ 7월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