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정책보증 후 1년내 폐업 3161개사
보증 직후 회생절차 신청도 31건 달해
신보가 대신 갚아 준 돈 4년내 최대
“위험징후 조기 심사·관리 강화해야”
정부의 보증을 받고도 1년이 채 되지 않아 폐업한 기업이 지난해 3000여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폐업으로 정부가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도 5000억원을 웃돌았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며 경제성장률이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실물 경제에서는 상당수 업종이 여전히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정부 보증에는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부실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5년 신보로부터 새로 보증을 받거나 기존 보증을 연장하고도 1년 안에 폐업한 기업은 총 3161개사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6238억원이다.
보증을 연장하고 1년 내 폐업한 곳은 2829곳으로 나타났다. 3개월 내 폐업은 337개사, 4~6개월 665개사, 7~12개월은 1827개사였다. 지난 한해 동안 연장 보증을 받은 기업은 18만3437개사였다.
신규 보증을 받고 1년 내 문을 닫은 곳은 전체 3만454개사 중 332개사다. 3개월 내 폐업은 46개사, 4~6개월은 77개사, 7~12개월은 209개사로 나타났다.
올해도 보증을 받은 뒤 단기간에 폐업하는 기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연장 보증 후 폐업한 기업은 303개사, 신규 보증 후 폐업한 기업은 35개사로 집계됐다.
신규 보증이나 연장·갱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도 꾸준히 발생했다. 해당 기업은 2022년 22건(67억원), 2023년 50건(118억원), 2024년 38건(88억원), 지난해 31건(108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증 후 1년 내 폐업 업체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다. 2022년 3587개사에서 2023년 3791개사로 늘어난 후 2024년에는 3627개사로 감소했다.
이들 기업을 대신해 신보가 지급한 대위변제액도 상당하다. 보증 연장 후 1년 내 폐업 기업에 대한 대위변제액은 지난 해 2637억원으로 나타났다.
올 8월 말 기준으로는 8억원인데, 보증 연장일로부터 대위변제 발생일까지 평균 300일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4분기에 변제액이 큰 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감소세는 이자 상환 유예 등 폐업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 지원책에 따른 착시효과일 뿐, 경영 상의 위험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실제 신보의 보증 기업 부실률은 지난 2022년 2%에서 지난해 3.6%로 큰폭 올랐다. 부실 금액은 2조2991억원으로 4년 내 최대치다. 2025년 전체 보증기업에 대한 대위변제율은 3.8%, 대위변제액은 2조4272억원으로 역시 4년 내 최대 규모다.
특히 보증을 연장 받은 기업의 지난해 대위변제율은 4.6%로 2022년 0.6%에서 무려 4%포인트나 상승했다.
신보의 보증 대상은 대부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보증을 받고도 단기간 내 폐업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은 반도체 등 일부 업종과 내수 중심 업종 간 경기 격차가 확대되는 이른바 ‘K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운데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 또는 저신용 차주)의 연체율은 2024년 말 12.2%에서 올해 1분기 12.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취약차주의 연체율도 2.8%에서 2.9%로 올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최근 미국발 장기물 금리 상승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채무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취약 중소기업과 내수업종 기업들이 금리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정책 보증에는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연장 보증의 경우 그간의 거래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신규 보증 대비 심사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박성훈 의원은 “보증을 연장받은 지 불과 몇 달 만에 폐업하고, 회생·파산 신청을 코앞에 둔 기업에까지 보증이 이어졌다면 심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기업을 살리기 위한 보증이 부실을 뒤늦게 떠안는 보증이 되지 않도록 위험징후를 조기에 걸러내는 심사·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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