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일부 실종자가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한 채 차가운 바닷속에 남아 있다.

이번 사고를 대응하면서 한국 정부의 무능력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난을 총괄해야 할 정부는 사고 초기부터 우왕좌왕했고, 한 고위공무원은 희생자 부모 옆에서 인증샷을 찍는 등 공직자들은 희생자 가족을 고려하지 않는 행동을 보였다. 또 공무원과 민간업계의 유착까지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과 불신의 늪에 빠졌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시민 의식이 빛을 발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실종자 가족 지원 등에 나섰다. 사고 현장에 너무 많은 봉사자가 몰려 더이상 지원자를 받지 않을 정도였다.

아직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는 급식, 의료 등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자 200여명이 희생자 가족 30여명을 위로하며 묵묵히 일하고 있다. 이들은 천막에 스티로폼을 깔고 쪽잠을 자면서 가장 먼저 오열하는 가족들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고 있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운영하던 가게도 제쳐두고 진도로 온 김모(28) 씨는 한달째 진도 팽목항에 머무르면서 실종자 가족을 돕고 있다. 김 씨는 “인증 사진 찍고 있는 관광객과 싸운 적도 있다”며 “누군가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연일 추모를 하는 시민들로 붐볐고, 전국 주요 거리마다 시민들이 정성껏 작성한 노란 리본이 달렸다. 최근까지 전국 시도분향소의 조문객수는 180만여명에 이른다.

세월호 참사 뿐만 아니라 그동안 대형 재난이 발생할때마다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2007년 충남 태안 기름 유출 때에도 자원봉사자 120만명이 자발적으로 기름 제거 작업에 참여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시민의식이 실종됐다는 해석이 많았는데 이번에 자원봉사자들이 보여 준 모습에서 시민정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후 재난에 대한 높아진 경각심에 비해 시민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시민들은 재난대비훈련을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한다. 실제 이달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트레이드타워(54층)와 아셈타워(41층)에서 처음으로 모든 입주사 직원 900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화재대피 훈련을 했으나 실제 대피한 사람은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거리를 보더라도 긴급구조를 위해 출동하는 소방차에 자동차는 길을 터주지 않고, 좁은 골목길은 불법 주차로 막혀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같은 우리 사회의 병폐를 고치고 국가 운영시스템을 제대로 바로잡는 일에 정부 뿐만 아니라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황윤원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총체적으로 국가운영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을 정부가 혼자 하지 말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관민 합동위원회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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