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IBK기업은행장 2개월…공정한 인사평가 ‘일할맛 나는 직장 ’ 으로…올 전국 640개 지점 모두 방문 초강행군 계획 지난 해 8월19일 김도진 당시 IBK기업은행 부행장은 영국, 프랑스, 독일 최고경영진(top manager)의 리더십 특징이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IBK경제연구소에서 만든 자료를 영국은 책임을 즐기는 ‘느긋한 매니저’, 프랑스는 목표를 위해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는 ‘독재형 매니저’, 독일은 협동을 즐기는 ‘민주적 매니저’로 요약해서다.
김 부행장은 “나는 어디에 해당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맺었다. 약 4개월 후인 12월 김 부행장은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을 해야만했다. IBK기업은행의 ‘톱 매니저’인 은행장에 선임됐기 때문이다.
김 신임행장은 취임 2주 만에 본부 조직부터 영업점 평가기준까지 모두 개편한다. 본부 조직의 슬림화로 영업점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행장이 되기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김 행장은 “은행장이 되고 나서 2주만에 이런 구상을 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런데 직전 임무가 경영전략 담당이었다. 새 은행장에 누가 오시든지 본부조직 및 영업점 평가와 개편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놨다. 내가 만든 안을 내가 결재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덕분에 실행까지 오랜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일찌감치 끝낸데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길어지면 조직이 술렁일 수 있어서다. 김 행장은 IBK기업은행 3년 임기동안 목표로 ‘일할 맛나는 직장’을 첫 손에 꼽았다.
김 행장은 “내부 조직을 탄탄히 하고 결속력을 다져 직원들의 근무 환경이 좋아지면 직원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 고객들에게도 양질의 상품을 제공하고 서비스가 개선되는 등 선순환을 할 수 있다. 우리 내부에서 나온 긍정적인 에너지는 결국 업무의 외연까지도 넓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취임 전 이미 IBK기업은행은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김 행장은 성과연봉제가 직원들에게 걱정거리가 아닌 새로운 기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직원들 간 차별이 없어야 하고, 특히 공정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정한 평가 시스템으로 혼란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당장 그는 올해 전국 640개 지점을 모두 방문할 계획이다.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써야하는 게 대형은행장의 숙명이다. 경영구상을 위해서는 수면시간까지 줄여야한다. 그럼에도 하루 세 곳 이상 씩 지점을 찾는 초강행군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본점 직원들이 오히려 행장 얼굴을 구경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며 우려했다.
이쯤되면 그에게는 영국형 ‘느긋한 매니저’가 어울릴 법도 하다.
그런데 김 행장에게는 또다른 면도 있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이다. 일반 주주로부터 자본을 조달한 상장사이지만 동시에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국책은행의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자칫 역할이 애매해 질 수도 있다.
김 행장은 “복잡한 역학 관계가 있지만, 정체성은 중소기업은행법 제1조를 보면 명확해진다”고 단언했다.
중소기업은행법 제1조는 기은의 설치 근거로 ‘중소기업자(中小企業者)에 대한 효율적인 신용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중소기업자의 자주적인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그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와 관련 올해 중소기업 자금 공급계획을 지난해보다 1조5000억원 늘어난 43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김 행장은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자금난에 봉착한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설 생각이다. 내부 시스템을 최대한 가동하는 한편, 힘에 부치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강을 받고, 필요하다면 정부에 출자도 해달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는 아니지만 ‘타협’보다는 목표를 향해 주저없이 돌진하는 점에서 ‘프랑스형’ 리더십과 겹치는 부분이 엿보인다.
하지만 ‘타협’과 ‘협력’을 중요시하는 독일형 리더십, 즉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김 행장은 “국내 은행권은 대출 등 이자자산이 증가하는데도 이익이 정체되는 이른바 ‘이익의 함정’에 빠져있다. 자산 확대가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실제 기업은행의 경우 자산이 150조원이었던 지난 2010년에 달성한 ‘순익 1조원’이 250조원으로 늘어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자산이 60% 이상 늘어나는 동안 순익은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김 행장은 “자산 250조원의 기업은행이 순익을 1조원 밖에 못내는 것은 해외 투자자들이 볼 때 지속가능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임기 내에 10%대인 비은행 및 비이자 부문의 비중을 20%로 올릴 것”이라고 목표를 제시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탄탄한 체력을 키워야하는데, 비은행 및 비이자부문 수익성 개선으로 재무적 펀더멘털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뱅커’의 자부심보다는 비은행 및 비전통적 사업부문과도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김 행장이 과연 어떤 리더십의 주인공인지는 성과에 따라 달라질 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상당히 이타적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3년 임기 후 어떤 평가를 듣고 싶으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한꺼번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조직으로 만들 수는 없다. 지속가능한 토대 만드는 게 중요하다. 후임 은행장 와서도 괜찮은 기반 위에서 뛸 수 있는 여건 만들고 싶다. 지점장때도 후임 지점장이 계속 1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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