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유통기한 ‘30일’, 쇠고기는 ‘최대 60일’ -확산범위 아직 전국 6곳ㆍ14개 농가에 그쳐 -확실한 대체재로 저렴한 수입산ㆍ육류 있어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직후 발생한 구제역으로 축산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유통업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AI 사태와 달리 구제역 사태의 후폭풍은 ‘소고기 가격 널뛰기’ 측면에선 크지 않기 때문이다. AI 사태로 계란 대란이 생길 정도로 계란값 폭등에 영향을 줬지만, 소고기 가격의 경우엔 그럴 정도는 아니다.
이는 소고기가 닭고기, 계란과는 유통 경위가 달라 생기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충북 보은에서 지난 5일 첫 구제역이 발생한 지 열흘이 됐지만, 한우등심과 한우갈비의 가격변동은 거의 없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1등급 한우등심의 100g 가격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7870원을 기록했다. 한달 전 7851원과 비슷한 수준이며, 지난해 8249원에 비하면 오히려 떨어진 수준이다. 1등급 한우갈비 100g의 가격 역시 지난 14일 4861원을 나타냈는데, 이는 1개월전 5220원이나 지난해 5140원보다 낮아진 값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구제역 사태 이후 실제 현장에서 가격변동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아직까지 AI 사태처럼 직접적인 시장변화가 나타나진 않고 있다”고 했다. 이는 소고기가 닭고기나 계란과 다른 유통과정을 거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유통기한’이 다르다. 일상적으로 한우의 경우, 도축 이후 길게는 60일 가량을 유통기한으로 삼는다. 도축 이후 해체 작업에만 최소 1주일에서 열흘의 시간이 걸린다. 대형마트와 같은 냉장시설을 갖춘 시장으로 들어오고 난 뒤에도 냉장상태로 보관한다면 최대 2주간 보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계란은 생산 직후 30일로 유통기한이 정해진다. 쇠고기에 비해 절반 수준인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비축할 수 있는 물량에 차이가 나는 이유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계란과 육류는 유통기한 길이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소고기의 경우 매장에 냉장상태로 들어와도 (진열 전) 2주는 거뜬하고, 냉동의 경우 1년까지 (유통기한이) 가기 때문에 아직까지 비축한 물량이 충분히 있어 구제역의 여파가 크게 미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확산 범위’도 다르다. 이번 구제역은 현재까지 충북 보은 4건(젖소 1건, 한우3건), 전북 정읍 1건(한우), 경기 연천 1건(젖소) 등 모두 6곳에서만 발생했다. 따라서 실제 유통망에서 공급되는 한우 양의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게 유통가의 설명이다. 하지만 닭고기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해 11월 16일 AI 첫 발생 이후 지난 13일까지 821개 농가에서 총 3314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이 살처분됐다. 대대적인 살처분으로 닭고기는 수급 부족사태를 겪고 있다. 닭고기 가격은 이달 들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육계시세가 대닭 2100원, 중닭 2200원, 소닭 2300원으로 한달만에 36%까지 오르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아직 구제역이 전국적인 수준도 아니고 한우시장 전체를 뒤흔들만큼 퍼지지 않아 공급에는 크게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확실한 대체재’ 또한 차이점이다. 닭고기나 계란과 달리 쇠고기는 ‘수입산’이란 대체재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우는 비교적으로 높은 가격대가 형성돼 있어 기존에 한우를 즐겨먹는 소비층이 두텁지 않았다. 현장에서 수급 부족 현상이 심각하게 일어나지 않고 있는 이유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우는 기존에 먹었던 사람이 계속 찾는 것이고, 대다수 사람들이 항상 찾는 필수음식이 아니다”며 “저렴한 수입산을 먹던 소비자들도 많아 현장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계란ㆍ닭고기와 달리 소고기는 대체식품들이 다양하고 넉넉해 수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구제역 사태가 잡히지 않으면 나중 상황은 여러가지 변수가 있어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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