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수사 동력…김기춘 구속 ‘블랙리스트’에 이어 화력 증가 -특검 기간 연장 명분 쌓아…황교안 권한대행 압박 -특검 “다른 대기업 수사까지는 아직…삼성 수뇌부 신병처리는 마지막에” -청와대 기존 논리 반복할 듯…삼성 ‘피해자’ 전략 수정 불가피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17일 새벽 구속했다. 특검 수사기간 종료를 열흘 앞두고 막판 동력을 되찾았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된 만큼 ‘뇌물’ 혐의 박근혜 대통령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특검은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은 1차 구속영장 기각 이후 수사의 폭을 넓혀왔다. 특검 측은 “전에는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를 통해 특혜를 줬다고 봤는데 이제는 경영권 승계 전반의 과정에서 특혜를 줬음을 증명하려 한다”고 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 씨에게 433억원대 지원을 한 이유가 박 대통령에게 특혜를 받기 위한 것으로 봤다.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매각 과정,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봤다. 삼성 측은 최 씨 일가 지원이 박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것이며 ‘피해자’라는 주장을 펴왔다.

법원은 특검이 찾아낸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 최 씨 사이의 연결고리를 인정했다. 한정석(39ㆍ사법연수원 31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신병 확보를 바탕으로 수뢰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 조사에 남은 역량을 쏟아 부을 전망이다. 특검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사 기간이 열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게 남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간 특검팀은 가장 성공적인 수사로 꼽혀온 ‘문화ㆍ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관련으로 박 대통령 수사 방향을 잡아왔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하며 혐의 입증을 자신해왔다. 특검 관계자는 “기존엔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블랙리스트 위주로 간다고 봤는데 이제는 뇌물에 힘이 더 실리게 됐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청와대 보좌진들에게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대면조사를 통해 이 부회장과 독대와 삼성의 최 씨 모녀 지원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필 전망이다. 다만 특검팀이 행정법원에 낸 소송이 각하 결정이 나면서 청와대 압수수색은 사실상 무산됐다.

특검은 수사기간 연장에 대한 당위성도 확보했다. 특검은 삼성 외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에 대해선 들여다보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총수 사면 등 각종 특혜 의혹을 받는 SKㆍCJㆍ롯데 등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특검법에는 수사기간 만료 3일전에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열흘 가까이 남겨두고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은 여론 압박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특검은 일단은 삼성 수사를 마무리하고 수사기간이 연장되면 다른 대기업으로 넘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사장 겸 대한승마협회 회장과 아직 신병을 결정하지 않은 최지성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에 대해서도 기소 여부를 고민 중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 1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 “삼성 경영상 공백을 고려했다”며 다른 피의자들에 대해선 불구속 수사 방침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특검 관계자는 “특검 수사기간을 고려해서 마지막에 이 부회장 기소하면서 이들에 대한 신병을 결정 할 것이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 측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특검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은 취임 초기부터 강조했던 문화 스포츠 융성 정책의 일환이며 삼성 합병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의 방어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간 삼성은 박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로 이 부회장의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본격적인 형사 재판으로 넘어가면 영장전담판사가 판단한 근거를 뛰어넘어야 하는 만큼 같은 논리구조로 가기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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