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이라는 KBS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방송에서 참가자들은 주어진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하며 그 상으로 식사나 잠자리 등 일상의 필수품을 제공받는다. 이 프로가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게임이 재미있고 기발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상의 의식주를 얻는 것이 생존 게임과 같다는 발상에도 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의식주라 할지라도 똑같이 주어지지 않고 남과의 경쟁에서 획득해야 하고, 게임에서 규칙은 존재하지만 참가자들은 규칙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쉽게 편법을 쓴다는 점 등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준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경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경제에서는 한정된 자원과 재화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정된 자원인 만큼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누구나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시각이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이다. 경제원리가 여기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는 하나의 전제가 있는데, 시장의 참가자가 규칙을 지키는 합리적 주체라는 가정이다. 그런데 만약 편법과 속임수를 쓰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인식되면 어떨까. 그렇다면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은 쓸모없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경제 일상에서는 ‘1박 2일’ 프로에서처럼 편법과 속임수가 경쟁에서 이기는 비법임을 흔히 경험한다.

경제학에서 규정하는 합리적 개인은 실제에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어쩌면 합리적 시장은 존재할 수 있지만, 시장이 합리적이 되자면 합리적 규칙이 존재해야 한다. 국가의 경제정책은 바로 합리적 시장을 위한 규칙을 세우고 유지하는 데 있다. 이를테면 통화주의자들의 준칙주의 통화정책이나, 케인지언들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서로 시각을 달리하지만 모두 합리적 시장을 위한 경제정책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취하는 합리적 경제정책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진입하고 있는 세계의 경제지형도에서 앞으로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주목을 받으면서 ICT를 중심으로 한 산업계와 기업들은 대통령이나 정부가 직접 나서 4차 산업혁명 대응 부처와 기관을 신설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다. 각 정당들은 대선을 염두에 두고 관련 경제정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처럼 기업과 이익 집단 위주의 시장과 경제지형도를 형성한다면 우려스럽다. 경제와 산업의 새로운 변화는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흥망성쇠로 연결되어 왔다. 성공한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여 시장과 생산을 주도했다. 그런 기업들은 사실상 시장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주도형 거대 시장에서 대다수 개인은 무력하다. 무력한 개인이 불공정과 편법을 통해서만 실제 이익을 획득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을 통해 개인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고 믿게 시장의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 기업을 중심으로 한 생산과 공급 위주의 정책이 아닌 개인의 소비와 소득을 기준으로 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들도 개인이 경제의 주체로서 시장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맞춰져야 한다. 현재 정당들이나 일부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개인에 대한 수입 보조나 사회보장정책의 확대 등은 너무 피상적인 대책일 뿐이다. 새로운 경제정책의 방향은 지금까지처럼 개인과 가계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경제 패러다임이 서서히 변화되고 있는 지금은 새로운 비전과 철학을 담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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