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ㆍ정세희 기자]컴퓨터 악성 바이러스인 워너크라이(wannacry) 랜섬웨어(ransomware)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주말을 보내고 15일 오전 업무를 시작한 공공기관, 기업, 은행에서는 컴퓨터 켜는 것이 두려움 그 자체였다. 바이러스 공격에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경기 침체의 무게를 더 무겁게 느끼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국민행동요령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부족해 보였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이날 오전 8시30분까지 5곳이 정식으로 감염 신고를 했다. 전날까지 신고 기업은 4곳이었지만, 밤새 1곳이 늘었다. 피해 관련 문의를 해 온 기업은 8곳이었다고 KISA는 밝혔다. 국내 보안 업체에 보고된 공격 건수는 2000건이 넘었다. 민간 보안업체와 데이터 복구업체 등이 접수한 피해 사례는 더 많아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랜섬웨어는 중요 파일을 암호화한 뒤 이를 복구하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한 대만 감염되면, 같은 기업이나 기관 내부의 다른 컴퓨터까지 감염시키는 무서운 파괴력을 갖고 있다.

해외에 지사나 본사를 둔 국내 기업, 네트워크와 연결된 결제 단말기와 광고판 등을 사용하는 상가들이 주된 타깃이 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 일부 상영관의 광고서버가 랜섬웨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CJ CGV 관계자는 이날 “오늘 새벽 일부 상영관의 광고서버와 로비 멀티큐브 서버가 랜섬웨어에 감염돼 영화 시작 전 상영되는 광고와 로비 영상물이 일부 송출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 상영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중”이라며 “현재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며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밤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현재 CGV 영화관 상황’이라는 글과 함께 상영관 내 스크린과 외부 로비 디스플레이 기기(멀티큐브)에 랜섬웨어의 협박 메시지(랜섬노트)가 떠 있는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정부는 전날 사이버위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하고 대국민행동요령 등 대비책을 내놨지만 이날 아침 기업들은 우왕좌왕했다.

서울에 있는 기업과 공공기관들은 이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랜섬웨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행정을 담당하는 김모(35ㆍ여)씨는 “컴퓨터 켜는 순간 먹통이 되진 않을까 조마조마했다”며 “월요일 오는 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몇몇 공공기관은 정상적인 업무 차질이 불가피했다.

직원들은 기존 업무는 뒤로 미루고 컴퓨터, 노트북을 확인하고 백신을 설치하는 등 확인 작업에 매달렸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랜섬웨어 공격으로 모든 업무가 올스톱 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리 점검해두는 게 낫다고 판단해 평소보다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원들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국내에서 워너크라이에 감염된 곳이 글로벌 제조업, 정보통신업, 대학종합병원 등 대기업들로 확인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흘렀다.

A기업의 경우 정부에서 내린 행동지침을 휴일에 미리 문자로 안내하는 등 예상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애썼다.

정부의 대국민행동지침을 못믿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4일 대국민행동지침을 통해 인터넷 회선을 뽑은 뒤 PC를 켜고 설정에 들어가 파일 공유 기능을 해제한 뒤 재부팅 할 것 등을 권했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예방책도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한모(32ㆍ남)씨는 “회사 랜선을 제거한다 하더라도 주변 와이파이가 잡히거나 그러면 감염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을 표명했다.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문자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을 진정시키는 기업도 있었다. 한 건설업체에 다니는 김모(29ㆍ남)씨는 출근 전 회사로부터 ”회사의 보안 정책을 따르고 윈도의 업데이트를 잘 한 분들은 워너크라이에 감염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업무하길 바란다“는 문자를 받기도 했다.

보안 투자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중소기업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A 직원은 ”백신 업데이트를 했지만 불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식당,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개인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번 랜섬웨어 공격이 영업 타격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워너크라이는 식당 카드결제 단말기, 영화관, 건물 전광판, 오락실 기기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 공격했다. 랜섬웨어에 감염된 인터넷주소(IP) 4100여개 중 70%가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개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최모(32ㆍ여)씨는 “인터넷으로 24시간 주문이 들어오고 결제, 배송도 이뤄지는데 혹시라도 감염됐을까 밤새 불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과 개인은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공식기관에 신고하는 것 자체도 꺼리는 분위기다.

D기업 관계자는 “피해 신고는 결국 기업이 보안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해결하자는 움직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일반 개인 감염자들 사이에서도 “신고해봤자 사실상 100% 복구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에 신고를 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기업이나 개인 모두 감염이 됐더라도 이런 이유들 때문에 피해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변종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방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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