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트리오 만담해설 선두…KBS ‘무당영표’ 분석 정확 신뢰…SBS 차부자 인터넷 ‘축덕’ 명성

‘월드컵은 OOO?’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던 2014 브라질월드컵의 중계전쟁은 사실 이날을 위한 전초전이었다. 18일 오전 7시 방송3사는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를 동시에 내보내며 ‘자존심 회복’을 위한 설욕전(KBS, MBC)을, ‘월드컵 대표 방송’으로의 입지 굳히기(SBS)를 시작했다.

수백억원 대의 물량을 투입한 상황에서 ‘숫자경쟁’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방송3사는 신기하리만치 자사의 1등 기준을 찾아낸다. ‘전국1등(MBC)’부터 ‘서울1등(KBS 일본 대 코트디부아르)’, ‘2049 1등(SBS 개막전, 콜롬비아 대 그리스)’ 이라고 적힌 자료의 첫 머리엔 저마다 ‘월드컵은 OOO’이라며 자사의 이름을 끼워넣는다. 너나없는 1위 등극에 시청자도 헷갈린다. 현재까지 방송3사 중계전에서 압승에 가까운 기록은 MBC가 세웠다. MBC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의 중계에서 개막전(SBS 2.7% 1등ㆍ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을 제외하곤 최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1% 내에서의 접전에 열을 올리는 3사를 관전하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MBC는 초반 분위기가 좋다. MBC에선 “현존하는 최고의 스포츠 캐스터”라고 자부하는 김성주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공격수와 수비수로 활약한 안정환-송종국 조합이 일을 냈다. ‘아빠!어디가?’의 승리다. ‘전파낭비’에 가깝게 빅경기 시간만 되면 똑같은 화면을 내보내는 상황에서 MBC의 예능 트리오가 만들어내는 친숙함이 시청률 상승에 기여했다. 안정환은 ‘가랑이슛’ ‘달콤한 패스’ 등 신선한 어록을 만들어내고, 방송용과 비방용을 넘나드는 중계로 ‘깨알웃음’을 전하고 있다. 다만 경기 전반을 아우르는 해설력은 의문이며, 그 와중에 주고 받는 예능 3인방의 만담은 산만하고 장난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는 이번 월드컵 중계전에서 최약체로 꼽혔지만 ‘초롱도사’ 이영표의 맹활약으로 ‘의외의 복병’이 됐다. 타사에서 월드컵 중계진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릴 당시에도 일련의 사태가 빚은 여파로 침묵했던 KBS는 이영표의 일본 대 코트디부아르 중계 이후 쏟아진 관심에 비로소 홍보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 위원은 현역시절 가졌던 ‘초롱이’라는 별칭답게 영리한 분석과 정확한 발음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이영표에 대한 관심이 쏟아진 건 물론 ‘작두 예언’ 덕분이다. 스페인전과 일본전의 승패와 스코어까지 정확하게 맞춰내자 네티즌은 이른바 ‘무당영표’를 알아봤다.

초호화 군단을 꾸린 SBS는 씁쓸한 상황이 됐다. 그간 축구중계에 쏟아온 공과 차범근-차두리 부자에 K리그와 유럽리그 중계를 섭렵하며 ‘배거슨(배성재+퍼거슨)’이라는 별칭도 얻은 ‘SBS의 스타캐스터’ 배성재 아나운서가 포진했다. 거기에 ‘캡틴박’ 박지성이 방송위원으로 합류했다. 하지만 1위 자리는 번번히 내줬다. 관록을 자랑하는 전문성은 타사엔‘넘사벽’ 중계진이라 자처하지만, ‘축구 문외한’이 재미를 느끼기엔 지루하다는 반응이다. 대신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한 생중계에선 줄곧 1위를 굳히고 있다. ‘찾아보는 축구중계’라는 ‘축덕(축구덕후)’ 명성만 얻은 셈이다.

고승희ㆍ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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