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정진영 기자 ‘육지거북’ 데뷔 앨범

1인 프로젝트 그룹 육지거북(33, 본명 정진영·사진)의 데뷔 앨범은 그의 이름처럼 느리게 태어났다. 어느 시절엔 ‘헤비메탈’만이 진짜 음악이라며 ‘록 스피릿’에 빠져들었고, 잠들지 않는 열망과 일시불로 찾아온 ‘삶의 굴곡’을 만나며 쓰린 눈물도 삼켰다.

그럴 때 그의 귓가엔 조용필의 ‘꿈’이 흘렀다. 10년 넘게 묵혀뒀던 음악들은 돌고 돌아 한 장의 앨범에 담겼다. 음악을 향한 갈망을 품은 이후 18년 만이라고 한다. 아주 느리게, 그리고 꾸준히도 걸었다.

지난 19일 저녁, 매일 보던 회사 후배와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마주 앉았다. 월드컵 시작 전, “선배, 나 앨범 나오잖아요. 마무리 작업 중이에요.”, “요즘 앨범내기 참 쉬워. 월드컵 대항마야?” 툭 던지고 말았는데, 몇 주 뒤 후배는 소박하게 꾸민 앨범 한 장을 내밀었다.

‘메탈키드’를 자처하던 이 친구는, 출근시간이던 6시 무렵만 되면 앞자리에서 은은한 술내음을 풍겼다. 후배의 데뷔 미니앨범(‘오래된 소품’)엔 ‘노안미모’를 자랑하는 충청도 남자의 겉모습에선 찾아볼 수 없던 ‘소녀감성’의 연주곡들이 조심스레 자리하고 있었다. ‘뮤지션(오래된 소품)이고픈 소설가, 소설가(도화촌기행)이고픈 기자(헤럴드경제)’라는 정진영의 이름 옆에 오랜된 꿈 하나가 현실로 새겨졌다.

“고등학교 때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곡에 가사를 쓰면서 글을 쓰게 됐고, 글을 쓰다 보니 기자가 됐죠. 기자가 돼서 앨범을 낼 수 있었어요. 이상하고 신기한 운명이에요. 한 달 반 전엔 생각도 못했던 일이지만요.”

‘정진영 앨범발매추진위원회’가 있었나 싶을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진 일이었다. 덕분에 그는 두 개의 ‘최초’라는 수식어를 안았다. 인디신 최초의 ‘뉴에이지 앨범’, ‘대중음악’ 기자 최초의 음악앨범이다. 일사천리로 앨범 작업이 시작됐다. 오래 품고 있던 곡들을 직접 믹싱하고, 재킷 사진 촬영까지 모두 해냈다. 철저하게 ‘인디스럽게’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자본의 도움 없이 자기 음악을 하는게 인디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그걸 지키고 싶었어요. 앨범 디자인도 대단하진 않지만, 내 나름의 느낌을 담고 싶었죠. 하나 못한 게 마스터링이에요.”

육지거북의 첫 앨범의 마스터링은 친한 동생이 된 ‘재주많은 뮤지션’ 레인보우99가 맡아줬다. 방어대창 한 접시에 ‘저예산으로 고퀄리티를 뽑아낸’ 일등공신이라고 한다.

“평생 하고 싶었던 게 음악이었어요. 그 시간동안 수많은 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 당연히 알잖아요. 이 바닥엔 음악 잘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요. 명함을 내밀 수 없어요. 어떻게 그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 틈새시장 공략이었죠.” 또 ‘허허’ 웃는다.

고승희 기자/shee@heradl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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