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월 공정위 내부 개혁과 함께 ‘공정위 신뢰제고TF’를 조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기자 브리핑이후이같은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다. 13일 공개된 공정위의 신뢰제고방안이 바로 그 산물이다.

내부 직원 사이에서도 “이 정도로 셀 줄 몰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정위 역사상 전례없는 고강도 개혁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개혁방안은 신영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한 TF에서 전직원 의견수렴과 외부전문가 자문을 거쳐 윤곽을 잡았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이번 개혁안이 김 위원장의 앞으로 추진할 ‘재벌개혁’의 사전정지작업이자 동력확보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재벌개혁은 몰아치듯 해선 안된다”고 말해왔다. 대기업 개혁에 다수의 법 개정 사항이 다수 필요한 만큼 현재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치 지형도에서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허송세월 시간만 흘러가게 될 것을 경계한 것이다.

대신 김 위원장은 가맹ㆍ유통ㆍ하도급 등 경제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개혁안에 강드라이브를 걸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불공정한 유통구조 등 시장의 갑(甲)들이 저질러왔던 횡포를 하나씩 걷어낼 때마다 여론은 공정위에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이번 공정위의 내부 개혁안은 불투명한 사건처리 과정, 퇴직공무원의 ‘전관예우’ 등 그 동안 국민들이 가져왔던 공정위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거듭 천명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강도높은 내부 개혁이 앞으로 있을 대기업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읽힌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재계에서는 김 위원장의 개혁기조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진 유통업계에서 “업종의 특성이나 대내외 악재를 고려하지 않은 개혁주문”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김 위원장의 IT업계 관련 발언에 대해 “오만하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위원장이 발빠르게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재계와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공정위의 향후 행보에 득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장을 지낸 이한주 가천대 교수는 “공정위 내부 정비ㆍ개혁은 그동안 공정위가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을 위해 했어야 할 일을 못했던 것에 대해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대기업 개혁에 당장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이에 앞서 체제를 정비하고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체력을 다지는 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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