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기, 퍼주기, 몰아세우기 “정치논리 휘말려 원칙훼손”
경영은 실패, 금융권은 외면 “떠안은 국책銀도 역량부족”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문재인 정부의 기업구조조정은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계획 마련 등 3대 원칙의 틀에서 이뤄졌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수습, 성동조선해양의 법정관리,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노력, 대우건설 매각 시도, 금호타이어에 대한 중국계 더블스타 투자유치, 한국지엠(GM)에 대한 추가 지분투자 등은 모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중심이 됐다.
일부 긍정론도 있지만 지난 1년 간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실행한 구조조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다. 최근 STX조선, 한국지엠 등의 사례는 정치논리가 개입되며 구조조정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헤럴드경제가 8일 학계, 시민단체 등 금융전문가 및 관계자 1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지엠, STX조선 등은 일반적인 구조조정 원칙 하에서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기업의 생존에 중점을 둔 이전의 선례가 있어 향후에도 구조조정 원칙을 통해 접근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구조조정에 정치논리가 들어갔다”며 “조선업종 구조조정은 실패했고 자동차는 GM에 돈을 퍼줘야 한다는 점에서 반만 성공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른나라 사례를 봐도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정부주도로 구조조정을 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노조 압박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지엠 사태만 봐도 지금 정부의 태도는 노동자들의 잘못을 지적하며 몰아갔지만 문제의 근본은 GM이 생산물량을 배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는 구조조정에서 손을 떼고, 굳이 구조조정을 하고자 하면 투명하게 법정관리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원리, 정치논리와 정부개입 배제, 정책금융기관 반성 등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많았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산은 등은 대우조선, 한국지엠 등에 국민의 세금 수십조원을 쏟아부으며 낭비하고 있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는 상황”이라며 “구조조정 기능을 상실하고 능력도 없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전면개편하거나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도 “제대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는 부분은 아예 손을 떼게 하는 것도 방법이고 실제로도 이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산업구조의 특성상 정책금융의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에 의해 문제가 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고 망할 기업은 망해야 하는데 국내 금융시장이 아직까지 그 단계엔 도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정책금융이 구조조정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며 “GM이나 금호타이어의 경우엔 산은이 입장을 잘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와도 못바꾼다’는 말처럼 (정계가)함부로 손을 못대는 구조조정이 돼야한다”고 제언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정책금융의 ‘권한과 책임 명확화’를 언급하며 보다 발전적인 제안을 했다.
배 소장은 “산은이나 수은이 형식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문제가 되면 책임을 지니까 ‘마이너스의 손’이란 얘기를 듣는다”며 “산은과 수은은 시중은행이 거부한 채권들을 다 떠안은 것인데, 이는 고유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두 기관이 결정하도록 맡겼으면 개입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인 고려를 공론화할 수 있는 영역이 필요하다”며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해야하고 책임을 줬으면 권한도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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