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 한국 정부 ‘욱일기 게양 자제’ 요청 거부 -한국 정부, 좌승함 독도함으로 변경 움직임에 불참 택해 -日자위대 욱일기, 세계적 논란거리 부상…“독일 본받으라” 비난도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일본 해상자위대가 5일 우리 해군 측에 오는 10~14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은 이날 오전 제주 국제관함식에 해상자위대 함정을 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일본은 이번 제주 국제관함식에 함정을 보내지 않는 대신 관함식 행사 중 하나인 서태평양해군심포지움에 대표단을 파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일본 자위대 수장까지 나서 한국 해군 관함식에 참석할 것이며, ‘욱일기를 게양하지 말아달라’는 한국 요청에 대해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결국 불참하는 쪽으로 마무리됐다.

일본의 갑작스런 불참 결정은 한국 정부의 욱일기에 대한 완강한 의사 표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와 해군은 국제관함식 기간이 가까워지면서 일본 측에 욱일기 게양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양해를 구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통상적인 국제관례에 따르면, 각 국의 해군 함정은 자국 국내법의 적용을 받으며 함정에는 자국 국기와 부대기를 동시에 게양한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1954년 발족 당시부터 부대기로 욱일기를 채택해 사용해오고 있다. 하지만 욱일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구 일본군이 사용하던 것으로 침략전쟁과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당시 구 독일군이 사용하던 나치 깃발(하켄 크로이츠)과 함께 전범기로 불리는 이유다.

해군은 먼저 지난 8월 31일 관함식 참가국 전체를 대상으로 관함식 관련 협조사항을 전하면서 ‘해상 사열시 자국의 국기와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공지했다.

최고 주빈이 참석하는 해상사열은 이번 국제관함식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이 행사에서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기 대신 태극기를 달라는 요청이다.

일본 측은 반발하며 욱일기 고수 입장을 밝혔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지난 28일 기자들에게 “자위함기 게양은 국내 법령상 의무다. 유엔 해양법조약에서도 군대 소속 선박의 국적을 표시하는 외부 표식에 해당한다”면서 “(제주관함식에서 욱일기를) 당연히 달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자위대 간부는 29일 “국적을 표시하는 자위함기는 국가 주권의 상징”이라며 “(욱일기를 함선에서) 내리라고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데다 예의가 없는 행위다.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일본 측에 욱일기에 대한 우리 국민정서를 적극 감안할 필요가 있음을 전달했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을 시사했다.

다음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섰다. 이 총리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질문에 “일본이 욱일기가 한국인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날 일본 자위대 수장인 가와노 가쓰토시 통합막료장은 관함식에서 욱일기를 절대 내리지 않겠다고 단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1일 이 총리 발언 이후 일본 당국자의 공식 반응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가와노 통합막료장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해상자위관에게 자위함기(욱일기)는 자랑이다. 내리고 (관함식에) 갈 일은 절대 없다”며 “자위함기는 법률상, 규칙상 게양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반발에 우리 정부 및 해군 당국은 ‘칼에는 칼’, ‘이에는 이’로 맞섰다. 일본 해상자위대함이 굳이 욱일기를 달고 올 경우 최고 주빈이 탑승해 해상사열의 주체가 되는 좌승함을 독도함으로 변경할 것을 시사한 것이다.

국제적으로 독도의 명칭을 거부하고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은 이번 해상사열에서 독도함에 최고의 예우와 의전을 갖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결국 불참하는 쪽을 택했다. 욱일기를 지키고자 전쟁범죄를 저지른 구 일본군으로 회귀하는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일본 자위대의 욱일기는 국제적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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