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맞춰 지상파 방송3사에서 너나없이 특집 다큐멘터리를 쏟아내자 결국 황당한 사고가 터졌다. 심지어 교황 방한 주관방송사인 KBS에서 빚어진 자막사고다.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기념 특집으로 꾸며진 KBS 1TV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천국으로 가는 열쇠, 로마&바티칸’ 편에 이탈리아 리그의 유명 축구선수가 대거 등장했다. 현지인들의 이름이 축구선수의 이름으로 뒤바낀 웃지 못할 방송이었다.
앞서 지난 9일 방송된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선 교황청 시국의 숨겨진 장소를 둘러보고 카스텔 간돌프에 있는 여름 궁전을 방문하며 교황의 흔적을 따라가봤다. 프로그램은 다양한 현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더욱 풍성한 내용으로 꾸며졌다.
웃지 못할 논란은 그 과정에서 빚어졌다. 프로그램 내내 등장한 현지인들의 이름이 이탈리아 리그의 유명 축구선수들의 이름과 동일했다는 점이다.
아사시의 길을 걷다 만난 모르간 데 산치스, 바티칸 공보 담당 안드레아 피를로,교황 여름 별장 관리자 지오르지오 키엘리니, 알바노 호수에서 만난 로마 시민 잔루이지 부폰이 그 주인공. 이들은 각각 AS로마 소속의 골키퍼이고, 유벤투스 FC 소속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였다.
방송 이후 온라인은 금세 난리가 났다. “시청자들을 우롱하느냐”는 반응부터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반응, 제작진의 부주의를 꾸짖는 반응도 줄을 이었다.
함형진 KBS 교양문화국장은 프로그램을 통해 빚어진 논란에 10일 오후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름 자막과 관련한 공식사과 입장을 밝혔다. 함 국장은 “방송 중 인터뷰 성함 자막이 본명과 다르게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담당 PD가 현지 취재 중 인터뷰한 분들의 명단이 담긴 메모지를 분실하고 급히 제작을 하느라 이 같은 사고를 빚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프로그램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맞아 긴급 기획해 외주제작사에 맡겨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외주제작사는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담당 PD를 즉각 징계조치 하였고, KBS도 해당 외주제작사에 대해 ‘걸어서 세계 속으로’ 제작 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KBS 또한 프로그램 외주제작 검수를 소홀이 한 내부 책임자에 대해서 사규에 따라 적법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라고도 덧붙였다.
KBS 교양국장의 전후상황과 ‘긴급 기획’이라는 설명에선 25년 만의 교황 방한을 겨냥해 각 방송사가 얼마나 다급한 경쟁을 펴고 있는 상황인지를 엿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을 교황 방한에 맞춰 교황의 삶과 한국 천주교 역사를 돌아보는 다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잇달아 제작해 방영하고 있다. 각 방송사가 방영했거나 방영을 앞둔 교황 방한 관련 프로그램의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SBS가 지난 3일 교황 방한 특집 ‘거리의 교황 프란치스코’를 방송한 것을 시작으로 MBC는 오는 10일과 18일 ‘다큐스페셜’을 통해 ‘파파!프란치스코’와 ‘교황의 길’을 방영한다. EBS도 11일부터‘한국기행-순례길 풍경’ 5부작을 통해 한국 천주교 역사의 현장을 조명한다. ‘세계의 눈’ 역시 바티칸 미술관의 역대 교황 수집품들을 조명한 ‘바티칸의 보물들’,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면목을 돌아본 ‘가난한 자들의 이웃, 프란치스코’ 등을 방송한다.
KBS는 아예 별도 홈페이지(http://pope.kbs.co.kr)를 열었다. TV에서도 11일 오후 1시엔 ‘교황방한 특집 미리보는 교황방한길’을 방영하고, 12일에는 ‘다큐 공감’을 통해 다큐 ‘서소문, 잃어버린 100년의 역사’를 내보낸다.
짧은 시간 동안 타방송사와 경쟁하며 밀도 높은 프로그램을 내놓으려는 제작진의 노력은 충분히 높이 사야할 부분이다. 물론 제작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실수도 종종 빚어질 수 있다. 다만 공공재를 사용하는 방송사에서 현지인의 이름 대신 축구선수의 이름을 대신 사용한 임기응변 식의 안일한 대처방식은 교황 주관방송사의 입장에선 먹칠로 비쳐지고 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이름 자막과 관련한 KBS의 공식입장 전문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8월9일(토) 방송된 ‘교황방한 특별기획-천국으로 가는 열쇠, 로마&바티칸’ 방송 중, 인터뷰 성함 자막이 본명과 다르게 나가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KBS는 이를 제작한 외주제작사에 경위를 파악한 결과, 담당 PD가 현지 취재 중 인터뷰한 분들의 명단이 담긴 메모지를 분실하고 급히 제작을 하느라 이 같은 사고를 빚게 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맞아 긴급 기획해 외주제작사에 맡겨졌습니다.
외주제작사는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담당 PD를 즉각 징계조치 하였고, KBS도 해당 외주제작사에 대해 ‘걸어서 세계 속으로’ 제작 금지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KBS는 또한 프로그램 외주제작 검수를 소홀이 한 내부 책임자에 대해서 사규에 따라 적법한 조치를 내릴 방침입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차후에는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4년 8월10일
교양문화국장 함형진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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