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파수 맞추기’가 한층 세밀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과거에 던진 국정 화두ㆍ정책 진행 사안을 최 부총리가 콕 집어내 문제제기를 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되받아 지원사격을 하는 모양새다. 부동산ㆍ경제 정책에서 원보이스(One Voice)를 내고 있는 두 사람은 지난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이런 장면을 연출해 찰떡호흡을 확인시켜줬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규제개혁 업무를 적극 추진하는 공무원은 감사원 감사를 면제해주자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기지 않은 걸 지적했다. 그는 “당초 입법 예고됐던 면제 규정이 감사원의 헌법상 직무 감찰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삭제된 것 같은데 아쉽다”며 “법은 설령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실제 운영과정에선 입법정신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개혁 관련 이른바 ‘적극행정 면책제도’는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주재한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때 언급한 것으로, 이후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었다. 최 부총리의 문제제기가 없었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규제개혁을 아무리 외쳐본들 규제를 집행하는 기관에서 감사가 두려워 실제로 적극적인 행정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피부로 규제완화 효과를 느낄 수 없다”며 “실제 감사도 일하는 사람만 계속 감사할 것이 아니라 일하지 않고 붙잡고 몇 개월째 지연시키는 사람을 신고를 받아 감사하는 식으로 이뤄져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집요하게 이 문제를 언급했다.
주요 법안은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라기기에 앞서 관계부처가 수 차례 조율을 한다는 점에서, 최 부총리의 이같은 지적은 다분히 박 대통령 앞에서 한 ‘작심 발언’으로 풀이된다.
규제개혁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던 박 대통령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일선에서 ‘의욕적으로 하려다 내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하고 주저하게 된다면 우리가 노력해도 소용이 하나도 없다”면서 “이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난감해진 쪽은 감사원이었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가 규제개혁에 걸림돌이 되지 않음은 물론 감사를 통해 규제 완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주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감사로 인한 공무원의 심리위축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감사원이 조금 혁명적인, 과감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공무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이건 웬만한 방법으로 절대 안 고쳐진다. 규제로 죽고 사는 판인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지시에 따라 정부는 ‘적극행정 면책제도’의 바람직한 적용 방향에 대해 토론하기로 했다.
한편 청와대와 정부가 애초 20일 열기로 했던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무기한 연기한 것은 1차 회의 때 지적됐던 규제들이 정리됐는지 파악하는 등 내실있는 2차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차 규제개혁회의에서 지적됐던 규제들의 해소방안, 이해조정으로 풀 수 있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며 “2차 회의가 언제 열릴지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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