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온 나라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 동포형제자매들! 동지들과 벗들!”.

북한 내부 뿐 아니라 남측과 해외, 그리고 세계를 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베일을 벗었다.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는 2018년 서울 답방 무산과 북미 간 비핵화 및 상응조치를 둘러싼 협상 교착국면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진작부터 관심을 모았다.

뚜껑이 열린 결과, 일단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파격은 특히 형식적인 면에서 두드러진다. 김 위원장은 예년과 달리 조부 김일성 주석과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이 걸린 서재에서 소파에 앉아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신년사를 읽어내려갔다. 조선중앙TV의 녹화방송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 발표를 위해 노동당 중앙청사로 입장하는 장면부터 공개된 것이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조용원 당 부부장 등 측근이 수행한 것 역시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정상국가의 지도자로서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의도라는 평가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비핵화 의지와 실천을 확약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지도자의 육성을 통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핵무기 불생산, 불실험, 불사용, 비확산 등 ‘4불 방침’을 천명한 것 역시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신년사 직전에 제기된 북한이 핵 연구ㆍ개발에서 대량생산으로 정책을 전환해 오는 2020년에는 약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는 관측을 불식시키는 언급이다. 김 위원장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신뢰를 거듭 확인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도 만나고 싶다”고 화답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조기 개최도 가시화되는 듯하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미국이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나갈 경우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어쩔 수 없이’, ‘부득불’이란 같은 의미의 반복과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부정의 부정과 가정이 섞인 어색한 표현은 김 위원장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속내가 어찌됐든 수십 년을 북핵공포에 시달려왔고, 이제는 엄연히 현실로 존재하는 북핵을 머리에 인 채 살고 있는 남측 국민들의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처럼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남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은 북한에서는 오로지 김 위원장뿐이다. 김 위원장이 보다 적극적인 비핵화 실천으로 이 같은 우려를 씻어낼 때 남북관계는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다. 칠푼의 기대, 서푼의 우려는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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