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재건축ㆍ신촌구역ㆍ대치구마을 유찰 “조합 요구 까다롭고 인허가 리스크 커” 시공권 수주 비리 단속도 영향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새해에도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공권 수주전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정비사업 수주 비리를 ‘생활 적폐’로 보고 단속하면서 건설사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재건축’ 조합이 지난 3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결과 한화건설만 참여해 유찰됐다. 두개이상 업체가 입찰해야 유효경쟁이 성립하는데 조건을 충족 못한 것이다.

이 사업은 지하철 석계역과 장위뉴타운 사이의 1만5000여㎡ 부지에 20층 아파트, 339가구를 짓는 것으로 입지 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기존에 시공을 맡기로 했다가 결별한 건설사가 조합에 대여한 자금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 건설사들의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합은 지난해 11월에도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다가 한화건설만 참여해 무산된 바 있다. 2회 연속 유찰됐기 때문에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는 조건은 갖춘 셈이다. 조합은 조만간 이사회 등을 통해 수의계약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 2일에는 인천 부평구 신촌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했지만 역시 유찰됐다. 부평동 283-66번지 일대 9만3000여㎡ 부지에 최고 40층 아파트 2437가구를 짓는 사업비 4000여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임에도 롯데건설만이 도전장을 냈다. 조합은 조만간 재입찰 공고를 내고 다시 시공사 찾기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구마을 3지구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 입찰이 무산됐다. 이 역시 롯데건설만이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1만5000여㎡ 부지에 283가구를 짓는 공사비 1000억원 남짓의 작은 사업이기는 하지만 강남 요지의 사업이 유찰된 것은 시장의 온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곳은 두 차례 연속 유찰됐기 때문에 롯데건설과 수의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건설사들이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비사업에 대한 냉랭한 태도는 의외다.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인천 검단신도시 공동주택 용지가 238대1이라는 기록적 경쟁률을 보였을 정도로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부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주택 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여 분양성이 좋지 않고, 서울이나 수도권 요지는 분양성은 좋지만 조합원들의 눈높이가 높아 요구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다”며 “정부 기조 상 사업 인허가 리스크나 조합원 간 갈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재건축ㆍ재개발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수주 활동이 위축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은 2017년 강남 일대 재건축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건설사들과 조합원 등 300여명을 지난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바 있다. 지난해에도 조그만 수주전 과열이 빚어질라치면 정부와 서울시가 곧장 합동조사에 나선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7년 반포주공1단지(1ㆍ2ㆍ4주구) 수주전처럼 어느 한 건설사가 선점하고 있더라도 다른 건설사가 홍보활동을 통해 역전하는 일이 과거에는 가능했는데, 이제는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게 되면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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