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명동 한산해지고 -따릉이 이용 줄고, 배달량 더 늘어 -상인들 “사스이후 최악”한숨
[헤럴드경제=박병국ㆍ김유진ㆍ성기윤 기자] #1. 5일 저녁 찾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은 휑했다. 저녁만 되면 운동하는 사람과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볐던 곳이다. 닷새 연속 서울시 전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자 바뀌어버린 서울 풍경이다.
#2. 같은날 찾은 중구 덕수초등학교. 방과후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해야 할 학교 운동장은 텅 비었다. 학교운동장에는 기껏해야 4~5명의 아이들만 있을 뿐이다. 4명의 아이들은 공을 차고 있지만, 모두 마스크를 꼈다.
미세먼지가 서울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연일 울려대는 ‘미세먼지 재난’ 경보음에 사람들도 어느새 무감해져가고 있다. 이제 ‘미세먼지와 함께 사는법’을 터득해야 할 판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콜록거리는 기침소리와 목의 통증도 일상이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6일째, 서울은 회색 도시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기고 있다.
미세먼지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사라진 것이다. 상춘객으로 붐볐던 남산은 이따금씩 오가는 자동차 소리만 들릴 뿐이다. 퇴근길, 인파로 북적되던 강남과 명동의 거리는 한산해졌다. 남산공원의 한 유료주차장에서 일하는 오철환(55) 씨는 최근 며칠동안 “사람 구경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간은 빈자리가 없이 차가 꽉 차야 한다”며 “주차하는 차량수가 평소보다 70~80%가 줄었다”고 말했다.
남산공원에서 20년 넘게 매점을 운영했다는 안선희(65, 여) 씨는 “미세먼지가 덮치면서 많은게 바뀌고 있다“며 “사람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사람힘으로 바꿀 수 있는게 아니지 않느냐. 이제 체념하고 있다”고 했다. 남산공원에서 현장체험을 하는 사람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남산 한남유아숲체험장 관계자는 “어제, 오늘 한 팀도 방문하지 않았다”며 “이번주에 오려던 유치원 팀도 방문 스케줄을 미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바꿔버린 서울 풍경이다.
‘발디딜틈이 없는’ 명동과 강남역도 이제 옛말이다. 5일 저녁 찾은 ‘약속장소의 대명사’로 불리는 강남역 11번 출구 앞은 한산했다. 사람들은 모두 미세먼지를 피해 지하상가 안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문을 열어놓고 손님들을 끌어모으던 강남역 상가 풍경도 사라졌다. 유리문을 굳게 닫고, 한산해진 거리를 바라보는 점원들이 눈에 띄었고, 전단지를 들고 다니며 판촉활동을 벌이던 사람들도 예전 보다 줄어든 분위기다. 강남역 인근의 화장품 로드샵 직원은 “가게 바깥에 매대를 놓고 벌이던 판촉 마케팅을 이번주는 쉬는 중”이라고 말했다.
명동도 마찬가지다. 명동 관광경찰센터에서 일하는 박모(38) 씨는 “지금 이시간(오후 4시)에는 노점상들이 꽉 차야 되는데 중간중간에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도 멈춰섰다. 한 때 따릉이 품귀 사태로 남는 자전거를 찾아 이 거치대 저 거치대로 옮겨 다녔던 풍경도 미세먼지 기간 동안엔 찾아보기 어렵게 된 풍경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2만8000명이었던 따릉이 이용객은, 지난 3월 1일 기준 2만1000대로 줄었다. 3월 1일은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령된 날이다.
미세먼지는 유동인구를 줄이고, 줄어든 유동인구는 상인들의 매출에 직격탄을 날린다. 가뜩이나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마당에 유동인구까지 줄어들면서 시장 상인들은 고난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남대문에서 양말을 팔고 있는 박모(57) 씨는 “사스(SARS)때 이후로 처음이다”며 “예전에 하루 매출이 10만원이었다면 지금은 1만원 정도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명동에서 만난 드위탸 루할디(42ㆍ여)캐나다 씨는 예상 밖 명동의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7일째 한국을 여행중이라는 루할디 씨는 “한국에 오기전 유튜브로 명동거리를 봤는데 유튜브 속 명동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영상속 명동과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외식보다 배달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미세먼지가 가져온 새로운 변화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던 지난 1~3일 주문량은 334만건으로 전주보다 24만간, 7.5%가 증가했다. 배달의 민족 측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매출도 줄어들었는데, 지금은 날씨가 따뜻해져도 매출이 늘고 있다면서 실내생활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늘어난 것이라 분석했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는 이제 필수품이 됐다. 명동 눈스퀘어 인근에서 양말 등을 파는 박모(57) 씨는 “사람과 얘기하는 직업이라 마스크를 쓰는게 예의가 아니지만, 어쩔 수가 없다”면서 “몇시간이 지나면 이상하게 가판대에 위에 새까만 먼지가 쌓인다. 전보다 청소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동 관광경찰센터에서 일하는 박 씨는 ”마스크를 쓰고 순찰을 하는데도, 기관지염에 걸렸다“며 “출근하자 마자 센터안에 있는 공기청정기를 켜야 된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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