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반인 여성들의 삶을 밀착해 담았다. 서른 즈음의 일반인들이 그려가는 일과 연애, 결혼 등의 이야기를 통해 그 나이대 여성들의 민낯을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사모님의 수상한 편’ 등 다수를 연출했던 김재원, 황성준 PD가 의기투합, 교양국 산하에서 만들어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다큐멘터리의 관찰카메라 형식에서 태어난 ‘관찰예능’이 트렌드로 자리한 때인 만큼 ‘달콤한 나의 도시’가 가져가는 형식상의 틀은 이미 시청자에게도 낯선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태생 자체가 신선하다. ‘자기홍보’를 위해 토크쇼를 들락거리며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연예인도 아니었고, 그 유명한 스타의 가족도 아니면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렇다고 특출난 장기를 가져 방송에 노출된 일반인도 아니었다. 공공재를 통해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도, 전혀 특별함도 없는 일반인 여성들의 일하고 사랑하고 고민하는 루틴한 날들을 예능 콘텐츠로 활용했다는 접근이 참신하다.
27일 첫 방송된 ‘달콤한 나의 도시’는 2.8%(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안방을 찾았으나, 일단 화제몰이엔 성공했다. 프로그램에 등장한 수준급 미모의 일반인 여성들의 이름은 방송 중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의 주인공이 됐고, 프로그램 제목은 물론 방송 중 등장했던 신혼여행지 ‘칸쿤’까지 검색어에 오르는 효과도 낳았다. ▶일반인 맞아?= 연예인 못지 않은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네 명의 일반인 여성들의 평범한 하루가 시작됐다.
무려 두 달, 200여명의 여성들을 만났고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는 이 여성들의 면면은 꽤 화려해보인다.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다 인터넷 영어강사가 된 최정인(28), 항공대 최초, 로스쿨 1호 출신 변호사 오수진(29), 의사 남편을 두게 될 예비신부 임현성(30), “한 번도 인기가 없었던 적이 없다”는 얼짱 헤어디자이너 최송이(27)가 그 주인공인데, 이들의 미모와 스펙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공강대 형성엔 걸림돌이 될 소지가 있다.
첫 방송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프로그램의 제목에 맞게 저마다 복작거리는 일상을 살면서도 네 명의 여성들은 연애를 하고, 결혼을 고민하고, 결혼과 함께 잃어버릴지 모를 로맨스를 염려했다.
한 때는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꿨던 최정인 씨는 2년간 교제한 남자친구와 평범한 연애를 한다. 여자들은 알지만, 남자들은 쉽게이해 못하는 소통장애가 빚어낸 다툼이 많다. 특히 최정인 씨는 “괴팍하다”는 말 한 마디에 살벌하게 남자친구를 몰아세우면서도 직장에서 받게 된 스트레스는 남자친구의 달콤한 메시지로 풀어낸다. 그러다가도 결혼 얘기만 꺼내면 확신 없는 답변만 내놓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이대로 ‘꺾여버릴’ 20대 후반의 나이를 고민한다.
항공대 출신의 미모의 변호사 오수진 씨의 출근길은 분주하다. 운전대를 잡은 차 안에서 부랴부랴 풀메이크업을 완성하고, 폭탄주 12잔을 겸한 점심식사에도 눈을 부릅뜨고 일에 집중한다. 일에 매진하느라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꿈도 못 꾼다. 오수진 씨의 로맨스는 만화책 속 판타지가 전부다.
일 년에 한 번쯤 연락을 주고 받았을 뿐인 ‘아는 사이’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한 임현성 씨와 그의 남자친구는 결혼을 앞두고 머리가 복잡했다. 상견례를 시작으로 혼수, 예단, 신접살림 등 챙겨야할 건 많고, 결혼 이후 생활비를 계산하니 현실이 만만치 않다. 그러다가도 이젠 너무 익숙하고 편안해진 관계에 임현성은 결혼과 함께 사라질 연인들의 로맨스에 어쩐지 착잡해진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 가운데 짤막하게 예고편을 통해 비쳐진 헤어 디자이너 최송이는 연예인급 미모로 출연과 동시에 화제가 됐다. “인기가 없었던 적은 없다”, “다른 학교엔 4대천황이라 하는데 우리 학교엔 최송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에피소드는 여배우들의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7년차 헤어디자이너에게 상사를 대하고, 후배를 다루는 직장생활은 여전히 정글이다.
풀어놓고 보면 그리 별다를 게 없는 누구나의 일상이기에, 또래의 여성들은 꽤 귀엽고 달콤하게 연출된 이들의 이야기에서 자신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발견하며 공감한 시청자가 많았다. “잔잔한 재미가 있었다”, “친구들과 술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귀여운 듯 보이지만 알고보면 힘들게 살아가는 20대 후반의 모습이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일부에서는 “평범한 일반인 같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관점에 따라 이들 네 사람의 속마음은 마치 ‘배부른 고민’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도 내 주변에는 없는 평균 이상 미모와 저마다 안정된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의 모습에 한 시청자는 “변호사, 의사 남편, 스타강사, 얼짱 헤어디자이너가 또래 여성들을 대변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현실에선 팍팍하고 고단한 날들로 인해 연애, 결혼, 육아를 포기한 삼포세대의 그늘이 진하지만, 프로그램의 여성들의 고민은 사랑타령처럼 비쳐졌다. 물론 첫 회분의 주제가 사랑이었기 때문에 돌아온 반응이기도 하다.
▶리얼리티 맞아?=일반인 리얼리리티를 표방하며 관찰카메라 안에 네 여성의 일상을 담았지만, ‘달콤한 나의 도시’는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 덕에 설정과 대본의 존재를 의심케할 정도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며 단련된 두 PD의 스토리텔링 기법은 이 방송 안에서도 살아났다.
인터넷 영어강사 최정인이 근무하는 교육업체 대표는 의도치 않은 지각을 하고 만 여자에게 근태와 자기관리를 강조했다. 해당 대표는 최정인에게 “살찌는 DNA가 있다”며 그러다가 정말 “돼지가 되지” 등의 표현으로 최정인에게 면박을 줬다.
공교롭게도 오수진의 선배 변호사 역시 점심식사 중 변호사가 가져야하는 수임 DNA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너나 없이 직장상사들은 DNA를 운운하며 한 사람은 면박을, 다른 한 사람은 칭찬을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밖에도 출연자들이 주고 받는 대화와 상황이 주는 어느 정도 연출된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많지만, 이에 대해 김재원 PD는 “연출된 부분은 전혀 없으며, 대본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출연자 선정에 대한 부분도 자칫 오해가 빚어질 소지가 포착됐다. 최정인이 근무하는 교육업체의 대표는 과거 2012년 5월 방송된 ‘짝’에 출연하며, ‘홍보 논란’이 일었던 남자1호였던 것이 확인됐다. 당시 그는 월수입 4000만원을 자랑하는 능력남으로 주목받았고, 남자1호의 출연분에 맞춰 해당 교육업체는 홍보성 보도자료를 배포해 한바탕 시끄러웠다. 공교롭게도 일반인 리얼리티물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출연자 논란이 빚어졌던 인물도 연관되자, 일부 시청자들은 “리얼 다큐라는데, 설정 느낌이 많다”는 반응도 보내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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