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만 4440억원…하루 134명꼴 피해 -거액 사기 당한 뒤 상심 커 극단적 선택도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6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아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무심코 받은 전화 한 통이 화근이었다. 전화기 속 남성은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하며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통장 속 돈을 지키려면 알려주는 안심계좌로 돈을 넣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A씨는 전 재산인 6억9000만원을 모두 ‘안심계좌’로 이체했다. 전형적인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한 것이다. 그는 이 사실을 알게 된 후엔 “가족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매우 괴로워했다고 유족들은 말했다.

A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중·장년층은 자녀의 결혼자금이나 사업자금, 노후자금 등으로 평생을 모아놓은 돈을 한 번에 잃은 것이라 상심이 커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이스피싱이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지난달 말 경기도 용인에선 6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4억9000만원을 빼앗기는 일이 벌어졌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 여성에게 허위 결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수법으로 접근,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으니 예금을 보호해 주겠다”며 통장 비밀 번호 등을 알아낸 뒤 유유히 돈을 인출해갔다.

같은 달 중순엔 경기도 안산에서 40대 남성이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6억2000만원을 사기당했다.

이 남성은 “대포통장에 명의가 도용됐으니 범죄 연관성을 확인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직원이 방문하면 통장에 들어있던 돈을 맡기라”는 그들의 요구를 받고 그대로 실행했다가 거액을 털렸다.

또 지난 3월엔 성남에 사는 50대 여성이 검찰 등을 사칭한 전화에 속아 7억3000만원의 피해를 봤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금융기관이나 수사당국에선 절대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의심스러운 전화는 무조건 끊고 앱 설치나 인터넷 주소(URL) 접속 등을 유도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절대 누르지 말아야다”고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440억원으로 전년 피해액(2431억원)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134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직접 나서서 범정부적으로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