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구석구석 엿보기
전국 도시 곳곳 대규모 전시장 매년 150여 유명 박람회 개최 9월 가전박람회 IFA 이목집중 도시 먹여살리는 효자役 톡톡
독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음식은 맥주와 소시지이고, 스포츠라면 단연 축구다. 아울러 베토벤이니 칸트처럼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음악가와 철학자 상당수가 독일인인고로 음악과 철학의 나라라고도 불린다.
산업은 어떨까? 벤츠로 상징되는 명품 자동차를 만드는 자동차의 나라. 또 기계, 화학, 제약 등이 세계 선두라는 얘기도 들어본 것 같다. 그런데 또 하나, 아주 확실하게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산업이 있으니 바로 박람회 산업이다. 박람회를 독일어로 메세(Messe)라고 하는데 독일 주요 도시에 가면 틀림없이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메세이다. 그래서 독일은 박람회의 나라이기도 하다.
독일은 전체 인구가 8000만 명이 넘는 큰 나라인데도, 인구 1백만 명이 넘는 도시가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등 3개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고른 인구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곳 프랑크푸르트도 60만 명 정도이고, 슈투트가르트나 하노버처럼 꽤 알려져 있는 도시들도 그 이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모두 중소 규모 도시들인 셈인데, 독일 전역에 퍼져 있는 이런 고만고만한 도시들마다 대규모의 전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독일에는 매일 20여 개 도시 어디에선가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다.
자료에 의하면 독일의 전시장 면적은 세계 전시 면적(1200만㎡)의 약 20%(250만㎡)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30대 전시장 중 7개가 독일에 위치하고 있다. 가장 큰 전시장은 하노버 전시장(49만㎡)으로 우리나라 코엑스 전시장(3.6만㎡)의 10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또 연간 150여 건의 유명 박람회가 독일에서 개최되는데, 이는 세계 유명 박람회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이고,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박람회를 찾는다고 한다. 박람회 세계 1위 국가의 면모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도 박람회는 자주 열리는데, 대규모 박람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도시 자체는 크지 않은데 박람회로 인해 유동인구가 순식간에 증가하다보니 도심과 인근의 모든 숙박 예약이 바닥이 난다. 똑같은 호텔의 숙박요금이 박람회 기간 중에 2~4배까지 폭등을 해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잡을 수가 없다. 방문객이 이렇게 많으니 길거리가 주차장이 될 정도로 교통량이 폭증하여 시에서는 시민들이 박람회 기간 중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교통 혼잡은 도저히 피할 길이 없을 정도다. 공항과 철도역 등 공공장소들이 혼잡한 것은 물론이고 식당, 술집, 관광지 등도 호황을 이룬다. 박람회가 도시를 먹여 살리는 현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박람회 때문에 덩달아 발전하고 있는 것이 독일의 컨벤션산업이다. 독일의 전시장에는 예외 없이 컨벤션센터가 같이 운영되고 있으며, 박람회 기간 중에 각종 회의가 동시에 개최된다. 우리나라도 컨벤션산업의 중요성을 일찍 인식하고 컨벤션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독일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박람회산업이 컨벤션 산업까지 견인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세계 최고 1위인 박람회산업 덕분에 컨벤션 산업도 2013년에 유럽 1위로 올라섰다.
관광박람회에서도 단연 세계 1위다. 세계에서 제일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 나라도 독일이다. 2012년 중국에 1위를 뺏기기는 했지만, 인구 8000만 명 대부분이 해외여행을 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실질적인 해외여행 1위 국가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독일인 해외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한 관광박람회가 전국 주요도시에서 개최된다. 세계 최대 규모인 베를린관광박람회의 경우 189개의 나라가 참가하였으니 거의 모든 나라가 왔다고 봐도 되겠다. 한국관광공사도 관광분야 국가대표로서 이 베를린관광박람회에 매년 참가해 한국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혹시라도 독일의 어느 도시를 개별 여행한다면 박람회 일정 정도는 미리 체크를 해야 비싼 돈을 들이고도 좋은 숙소를 구하지 못하는 낭패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왕에 박람회 기간 중에 독일에 왔다면, 별로 싸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박람회 현장을 구경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가령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세계 최고의 명차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한 자리에서 다 구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니까. 박람회 도시를 구경하면서 한국도 박람회 강국이 되는 길을 모두가 고민했으면 좋겠다.
전영민 한국관광공사 프랑크푸르트지사장/youngmin@knto.or.kr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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