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낯선 얼굴의 외국인들이 결국 일을 냈다. 지난 7월 11개국의 ‘비정상’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는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은 방송 두 달 만에 분당 최고시청률 7%를 넘어섰다. ‘무서운 돌풍’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방송된 ‘비정상회담’ 11회는 수도권 기준 6.8%(유료방송가입가구, 광고 제외)를 기록하며 전회 방송분보다 0.8% 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7.8%였다.

‘비정상회담’의 시청률 상승세는 가파르다. 1회 방송에서 고작 1.8%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2회 2.4%, 3회 3.3%, 5회 4%, 6회 4.4%, 7회 5.3%, 10회 6%까지 오르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청자들은 “월요일은 비정상 데이”라는 말로 오후 11시 JTBC로 채널을 고정한다. ‘비정상회담’의 이 같은 인기에 지상파 방송사의 월요일 예능 프로그램은 맥을 못춘다. 표본 집단은 다르지만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SBS ‘힐링캠프’는 15일 방송에서 4.6%(전국 기준), KBS2 ‘안녕하세요’는 6.0%를 기록했다.

이유없는 인기란 없다. ‘비정상회담’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새롭고 낯선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합해 11명의 외국인을 등장시켰다는 점, 이들이 보여주는 케미스트리로 시청자들은 날이 갈수록 애정이 쏟고 있다. 11명이 주고 받는 토크 안엔 서로에 대한 문화적인 이해와 존중이 바탕하고, 남자 11명의 수다답게 간간히 비치는 장난기 어린 소년의 모습에 예능적인 재미가 섞인다. 소위 말하는 ‘명분’과 ‘재미’를 한 번에 잡은 프로그램으로, 올 한 해 JTBC ‘최고의 수확’이라 할 만하다.

▶ 낯선 외국인들의 환상 케미=‘비정상회담’은 주인공부터가 낯설다. 외모는 훈훈할 지라도, 11명의 외국인들의 얼굴은 시청자가 보기엔 생소한 일반인에 가까웠다.

‘흑샘’으로 불리며 ‘예능대세’ 자리를 막 꿰차기 시작한 샘 오취리(가나)와 스타 크래프트를 통해 게임황제 임요환의 아성을 무너뜨린 프로게이머 기욤 패트리(캐나다), ‘초능력자’ 등의 영화를 통해 얼굴을 비친 에네스 카야(터키)를 제외하면 생전 처음 본 일반인인 셈이었다.

이 훈남들에겐 특별한 장기가 있다. 한국인보다 더 뛰어난 한국어 구사능력이다. 현재 서울대학교 정치국제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밝고 있는 타일러 라쉬는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가 깊고, 사자성어까지 적절히 사용하는 언변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터키의 에네스 카야는 터키속담을 한국말로 줄줄이 옮기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정확한 발음과 논리정연함을 갖춘 올곧은 가치관으로 에네스 카야는 이 프로그램의 출연 이후 예능 섭외 1순위가 됐다.

아나운서를 하다 한국으로 와 중국어 학원 강사를 하고 있는 장위안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단박에 떠오른 ‘슈퍼 중국인’이다. 장위안의 인기는 매회 뛰고 있는 시청률 숫자만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벨기에 전현무’라는 별칭을 지닌 재기발랄한 줄리안,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에 한국에서 사기도 당했지만 여전한 애정으로 한국 생활을 하며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기욤 패트리, ‘신의 언어’로 불리는 강인한 독일어를 구사했으면서도 한국어를 말할 때 온화하고 점잖은 화법을 사용하는 다니엘, 국내 방송에선 흔치 않았던 다양한 문신을 새겼지만 알고보면 착한 남자 호주 다니엘, 아이돌 가수로 한국에서 꿈을 이뤄가는 일본의 타쿠야, 조용히 할 말은 다 하는 프랑스 로빈, ‘알차장’으로 불리며 피자 광고까지 꿰찬 마성의 이탈리안 알베르토에 이르기까지 이들 11명이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는 현재 대체불가 반열에 올랐다.

▶ 말보단 사고방식, 의미 잡고 재미 잡고=예능PD는 물론이거니와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저조한 시청률의 이유는 ‘토크쇼의 몰락’에 있다고 짚는다.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나 늘어놓는 ‘토크 프로그램’에 싫증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는 데서 시청자들의 리모컨이 돌아간다는 분석이다.

사실 ‘비정상회담’ 역시 출연자만 달리한 ‘토크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홍보 목적의 연예인들이 출연해 그들의 사생활을 늘어놓는 토크도 아니었으며, 자신의 과거사를 말하며 19금을 넘나드는 센 토크도 아니었다.

‘취업문화’, ‘결혼’, ‘동거’, ‘직장문화’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흥미롭게도 과거 외국인 출연예능으로 높은 인기를 모았던 KBS2 ‘미녀들의 수다’와는 완전히 결을 달리 한다.

‘미녀들의 수다’ 역시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 미녀들이 출연했으나, 이들은 방송에서 한국생활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우리의 문화를 예찬하기에 바빴다. “한국 너무 좋아요”는 단골멘트였을 정도다.

‘비정상회담’은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은 따라올지라도 무조건적인 찬양은 없다. 그들 각자의 시각에서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데 11명의 외국인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섞어 자국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는 냉정한 비판과 겸허한 수용이 따라온다.

시청자들 역시 그들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다른 시각과 문화를 가진 11명의 이야기에서 우리를 이해하고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또한 이는 우리 스스로를 반성하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비정상회담’에는 이와는 반대의 흥미를 주는 코너도 있다. 자국의 문화를 자랑하는 ‘글로벌 문화대전’으로, 이 시간만 되면 11명의 훈남들은 각자의 문화를 자랑하고, 어린애가 된 듯 의기양양해지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낸다. 서로가 자랑하는 각자의 문화를 은근히 견제하는 것도 볼거리다. 특히 ‘축구’ 이야기만 나오면 기세등등해지는 유럽파 훈남들의 기싸움과 장구한 역사 이야기에서 자부심을 보이는 중국 장위안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겐 예능적인 재미도 안겨주고 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