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두산 대기업도 두손 든 면세점 사업
-중소·중견점은 매년 적자…“버틸 여력 없어”
-인력 감축·사업장 축소 등 구조조정도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면세점 사업이 ‘규모의 경제’에 따른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면서 중소·중견 면세점들이 사업권을 반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마저 적자 누적으로 사업권을 반납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면세점들이 버틸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업체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매장을 축소하고 있어 철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중견 면세점들은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하나투어의 계열사인 SM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만 138억원에 달했다. 적자 폭이 확대되자 초기 7개 층을 운영했던 시내면세점을 2개 층 규모로 줄여 고정비 절감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분기 7억3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업계에선 “2개 층만 운영한다는 것은 정상 운영으로 보기 어렵다”며 “규모 축소를 통해 간신히 특허권만 유지하는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6년 3547억원으로 매출 최고점을 찍은 후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영업손실 규모는 105억원에 이른다. 동화면세점은 부진이 계속되자 2017년 루이비통과 구찌 매장을 폐점하고, 지난해 샤넬과 에르메스 등을 철수했다. 직원도 2016년 997명에서 올 7월 671명으로 줄였다.
엔타스면세점도 작년에 74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초 시내면세점을 인천 구월동에서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로 이전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그러나 임차료 부담은 커지고 있는 데 반해 영업이익률은 하락하는 추세다.
이들 업체들은 “당분간 사업을 접을 계획이 없다”면서도 “서울 시내면세점은 대기업도 포기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 중소·중견 면세점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중소·중견 면세점들의 경영 악화는 시내면세점이 우후죽순 늘어난 시기와 맞물린다. 중국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던 2015년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그러나 2015년 6개였던 서울 시내면세점 수는 4년 만에 13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고객 유치 경쟁이 심해지면서 마케팅 비용 등이 늘어나 손실이 커졌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끊기며 상황이 악화됐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은 버텼지만 중소·중견 업체들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가격 경쟁력·상품 구색에서 밀려 격차가 심화됐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 사업으로, 규모가 클수록 구매력이 커져 상품 단가를 낮추고 인기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며 “중소·중견 면세점은 구매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시내면세점 전체 매출 9조7555억원에서 중소·중견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0.9%에 불과했다.
면세점 업계는 중소·중견 면세점 가운데 추가 이탈자가 나올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한화, 두산 등 대기업도 두손 든 상황에서 중소·중견 기업이 버틸 여력이 있겠냐”며 “이미 일부 업체들은 사업장을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사실상 사업 정리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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