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기존 지출 구조조정과 차이 없어”
국회, 최근까지 도입 검토 연구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가 본격적인 지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하지만 올해 시범 도입했던 전략적 지출검토(SR·Spending review) 제도는 본격 도입하지 않는다. 기존의 제도와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25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부터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지원단을 꾸리고 중장기 재정 정책 수립 작업에 돌입했다.
예년보다 4개월 앞당겨 구성,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매년 2~3월 지원단이 구성되고, 11월에 최종보고서가 나와 재정운용계획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감안해서다. 이번에는 착수 시점을 앞당긴 만큼 내년 3~4월까지 분야별 투자 방향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 계획도 함께 검토, 국가재정운영계획과 2021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분야별 종합 지출 구조조정' 사업에 착수한다. 내년도 예산안에 사업비 약 8억원을 반영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매년 예산 총 규모가 10%가량 늘어나면서 이·불용 규모가 확대됐고, 사업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 감안해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예산 사업을 전면적으로 훑어볼 계획이다.
다만 전략적 지출검토는 내년 본격 도입되지 않는다. 올해 시범 사업을 해본 결과 기존의 '종합 지출 구조조정'과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략적 지출검토를 시범운용을 해보니 목적, 방식 등에서 기존 지출혁신, 심층평가, 핵심사업평가 등 각종 재정성과관리제도와 차별성이 없었다"며 "최근 이불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도 일종의 전략적 지출검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전략적 지출검토는 의원내각제가 다수인 유럽 국가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늘어난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예산을 삭감하기 위한 목적에서 효율적인 지출구조 혁신방안을 만드는 쪽으로 방법론이 바뀌고 있다. 국가마다 다르게 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략적 지출검토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이 대거 추진한 지출 구조조정 사업을 통칭하는 용어다. 개별사업 위주의 성과관리에서 나아가 복지, 교육 등 사업군별로 재정 절감을 추진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 재정제도의 세출절감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가 나오자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전략적 지출검토 도입을 최종 권고했다. 기재부도 이를 감안해 연초 '지출혁신 2.0'을 통해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예・결산 심의를 담당하는 국회는 정부와 다른 입장이다. 국회사무처는 한국행정학회에 의뢰, 지난 8월 '전략적 지출검토 도입 방안 연구' 제목의 용역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대통령 임기에 맞추어 5년에 한 번씩 포괄적 지출검토를 시행해야 한다"며 "국회는 행정부가 실시한 지출검토를 사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태석 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은 효율적 자원배분 제도는 없다"며 "지출검토 역시 기존의 제도와 유사하다. 결국 비효율을 줄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문제는 평가 제도가 잘 마련돼 있어도 실제 반영이 잘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정치권, 부처 간 관계 때문에 기존 사업을 쉽게 없애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수입만큼 지출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새는 돈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이 재정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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