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침체 기저효과로 내년 증가세 반전 기대
신남방 등 다변화 효과 더뎌 불안 지속 가능성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올해 역대 최악에 버금가는 대침체를 겪은 우리나라 수출이 내년에는 세계경제 및 반도체 업황의 개선에 힘입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두자릿수 격감에 따른 기저효과로 늦어도 내년 중반부터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미중 양국에 대한 의존도가 40%, 품목별로 반도체 단일품목 의존도가 20%에 달하는 구조적 취약점은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게다가 내년에 세계경제가 개선되더라도 미국과 중국은 오히려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정부가 지역·품목의 다변화를 위해 추진해온 신남방정책이 기존 수출 구조를 대체하기엔 아직 갈길이 멀다. 때문에 내년 수출이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연구원(KIET) 등에 따르면 주요 기관들은 내년 우리나라 수출은 올해 큰폭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와 내년 세계경제 개선 등에 힘입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경제 회복 및 대외여건 개선에 힘입어 우리나라 수출이 내년 1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국책연구기관인 KIET는 금액 기준으로 올해 9.8% 감소에서 내년에는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IET 전망보다 다소 높은 4.0%의 증가세 반전을 예상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들의 중간 수준인 3.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내년 수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대외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3.0%에서 내년엔 3.4%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고, 세계무역기구(WTO)도 세계무역 증가율이 올해 1.2%에서 내년엔 2.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KIET는 글로벌 반도체 조사기관인 WSTS가 최근 발표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올해 13.3% 감소에서 내년엔 4.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반도체 업황 개선이 우리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신흥국의 투자수요 확대가 상품수출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불안 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다. 무엇보다 세계경제가 회복되더라도 미중 두 나라 경제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이 올해 2.3% 성장에서 내년엔 2.0%로, 중국은 올해 6.2%에서 내년엔 5.7%로 각각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IMF도 미국이 올해 2.4%에서 내년에 2.1%로, 중국은 6.1%에서 5.8%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10월 기준으로 중국은 전체 수출의 24.8%, 미국은 13.4%를 각각 차지했다. 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38.2%로, 이전 5년 평균(37.4%)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정부의 신남방 정책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반도체 단일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20%에 달하는 것도 문제다. 이는 삼성과 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의 막강한 경쟁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 가운데 단일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이처럼 높은 나라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강점이지만 약점이 될 수 있고, 올해 반도체 시황이 악화하며 우리나라 수출과 경제가 타격을 입은 것은 단적인 사례다.
시장의 예상대로 내년에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다면 전체 수출도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지만, 이것이 또다른 착시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제2의 반도체·신(新)수출동력을 발굴하고,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기존 수출품의 고부가화를 이루지 못하는 한 우리 수출의 구조적 불안요소는 해결되기 어렵다.
결국 내년에 미중 무역분쟁이 소강양상을 띠면서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주력 품목인 반도체 업황이 개선돼 수출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우리 수출의 구조적 취약점 개선은 여전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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