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인정

임의변제 권고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 피해기업에 은행들이 260여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금감원은 12일 분조위를 열고 4개 기업의 키코 분쟁조정신청을 심의한 결과 6개 은행들이 기업별로 15~41%를 배상하는 조정결정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4개 중소기업(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원글로벌미디어·남화통상)은 키코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봤다고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들 회사는 6개 은행(신한·우리·KEB하나·산업·대구·한국씨티은행)의 권유를 받아 키코상품에 가입했는데, 2008년 환율이 급등하면서 총 149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분조위는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핵심으로 두고 사실조사, 법리 검토 등 조정절차를 벌였다. 분쟁조정 신청 기업과 판매 은행들이 2007년 판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적합성 원칙’, ‘설명 의무’ 등이 잘 지켜졌는지 집중적으로 살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3년 대법원의 판결문에 제시된 불완전판매 판단 기준을 적극적으로 준용했다. 당시 대법원은 “키코 계약의 불공정성, 사기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하며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만 은행의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1년 넘게 이어진 조정에 따라 분조위는 각 은행들이 기업들이 입은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기본적으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적용하는 기본 배상비율(30%)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여기에 각 기업과 은행별마다 서로다른 상황을 고려해 배상비율을 더하거나 빼 최종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가령 해당 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서 해당 기업의 외환 유입규모 등을 파악하기 쉬웠던 사실이 확인되면 배상비율을 가중하고, 반대로 기업이 장기간 수출업무를 취급해 환율 변동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면 비율을 줄였다.

은행들이 4개 기업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총 256억원이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분조위는 이들 은행들이 과거 키코계약을 맺을 때 고객보호 의무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환율이 오를 때 손실이 무제한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분조위의 결정이 나오면서, 기업과 은행들은 조정안을 받은 뒤 20일 내에 조정안을 수락할지 결정해야 한다. 양 측이 모두 조정안에 동의하면 조정이 성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