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참여가 희망이다-좌담회 / 본지 · 현대경제硏 공동기획
기업중심 아닌 CEO 개인돈으로 기부 기부금 모집법 · 세액공제 제도개혁…소액 다수의 자발적 행동 유도해야
일부 NGO 잦은 정치개입 불신 양산…통합 비전의 ‘소셜 디자이너’변신을
SNS는 가입 탈퇴 자유로운 3차집단…교육·캠페인 통해 건전사회 촉매제로
-사회자(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비용이 160조원 정도라고 합니다. 한해 예산의 40%가 넘죠. 그래서 오늘 이 자리는 시민들의 사회 참여를 통해 어떻게 이런 비용을 줄이고 사회자본을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해 중지를 모으고자 마련됐습니다. 먼저 사회자본 확충을 위한 사회적 참여를 어떻게 하면 활성화할 수 있을지 이론적인 측면에서 말씀해주시지요.
▶최정표 교수=사회 자본이란 용어를 정리하면 가시적 자본보다 한 차원 높은 개념으로 구성원의 후생을 최대한 고르게 증진시킬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주로 인간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자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여는 여러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 집단적 참여와 개인적 참여가 있습니다. 집단적 참여의 대표적인 것이 NGO 활동이고, 개인적 참여에는 기부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봉사활동 등이 있죠. 중요한 건 참여를 어떻게 활성화시키느냐 입니다. 법ㆍ제도적 보상을 확대해야 하고 교육이나 캠페인으로 참여 의식을 고취하는 NGO의 역할이 큽니다. 그다음 노블리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사회지도급 인사들의 기부 참여가 뒤따라야 합니다.
▶임현진 교수=프랑스의 부르데(P.Bourdieu)는 ‘문화자본’이란 용어를 썼죠. 그게 미국식 표현으로 사회 자본이 된 겁니다. 뉴욕에 있는 유태인들의 보석상에선 손님이 아주 귀한 다이아몬드를 찾으면 전화 한 통으로 바로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보험도 들어야 하고 위조품을 가져올 위험도 있는데 유태인 동네선 만일 그럴 경우 완전히 그 사회에서 파문을 당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혈연, 지연, 학연 등 ‘사적 신뢰’는 상당히 높지만 ‘공적 신뢰’는 낮은 게 사실입니다. 특히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커져 NGO들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초창기엔 NGO들이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국민들의 기대가 달려졌습니다. “당신들은 정치 그만하라”는 식의 얘기가 나왔죠.
▶최 교수=시민의 정치 참여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선거 출마 등 정치적인 권리를 행사하거나 정치인을 감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참여의 부작용은 과도한 대립관계를 형성시켜 이념, 세대, 지역, 계층 간의 갈등을 과잉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참여도 적절히 제한될 필요가 있습니다.
▶임 교수=UN엔 따르면 전 세계에는 1200만개의 NGO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중 700만개는 개인재산 유지나 세금 회피를 위해 만들어진 가짜라고 하죠. 따라서 우리나라 NGO도 사회 자본 확충에 이바지하기 위해 정치와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감시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해야겠지만 이젠 통합적 비전과 전략을 갖춘 ‘소셜 디자인(social design)’의 집합체로의 변모가 필요합니다. 진영논리에 따른 편 가르기나 이념적 경직성을 넘는 대안세계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죠.
-사회자=이번엔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의 현실과 개선돼야 할 점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죠.
▶예 교수=우리나라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부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과거 정권에선 세금에 손을 댔습니다. 근데 오히려 더 큰 사회갈등을 일으키게 됐죠. 그러나 양극화 문제를 갈등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기부입니다. 우리의 기부 환경은 크게 성장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업 중심 기부로 비자발적 기부, 준(準)조세성 기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정부 눈치 보면서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곤경에 처해 하는 기부는 진정한 기부가 아닐뿐더러 건전한 기부문화에 재를 뿌리는 격입니다.
▶최 교수=그렇습니다. 우리의 기부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편한 진실이 많습니다. 대형기부일수록 그렇습니다. 미국 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최고경영자가 회사 돈을 자기 마음대로 기부하면 배임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가 회사 돈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 돈으로 기부하는 것을 우리 사회가 값진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예 교수=미국 기업의 사회공헌은 정부 눈치 때문이 아닙니다. ‘굿 컴퍼니’로 인식돼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이런 건 사실 군사독재 정권의 잔재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기부를 안 하면 큰 일 날 것 같아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시민들이 작은 돈이지만 적극 참여하는 풀뿌리 기부문화가 속히 정착돼야 합니다.
▶임 교수=동감입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기부 제도부터 개선돼야 합니다. 기부금 모집법과 세액공제 관련 세법을 대폭 바꿔야 합니다. 건전한 기부를 하는 사람도 세금을 내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국민들로부터 소액이라도 다수가 자발적으로 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예 교수=서양 속담에 ‘기부와 봉사는 가정에서 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가정에서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세제나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모금 단체가 기부를 받으려고 해도 건건이 등록해야 하는 제한이 있습니다. 이는 마치 극장이 새로운 영화를 걸 때마다 구청에 신고해야 하는 것과 같죠.
-사회자=기부문화에 대해 하실 말씀이 많으신 듯합니다. 기부다운 기부가 정착돼야 우리의 사회자본도 선진화할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다시 사회 참여방법에 대해 논의해 보시죠. 우선 참여의 대세로 떠오른 SNS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조선시대엔 반좌제(反坐制)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대역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 상소를 올리려면 자기 목숨을 걸어야 하는 한국판 ‘탈리오 법칙(lex talionis)’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요즘 SNS에는 그런 정신은 없고 너무 쉽게 얘기하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전개돼 사회갈등이 야기되는 것 같습니다.
▶임 교수=사회학에선 1차집단과 2차 집단을 나눕니다. 1차 집단은 가족처럼 한번 관계를 가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무리를 말하고 2차는 직장처럼 목적을 달리하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단체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여기에 SNS 때문에 3차 집단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필요하면 도망갈 수 있고 또 언제든 만날 수 있습니다. SNS가 사회자본의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끈끈한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양가적인 면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자=그렇다면 SNS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예종석 교수=저는 이게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한 여배우가 아파트 난방비 문제를 SNS를 통해 해결하려다 폭행시비를 불러 온 일이 있었죠. 이렇듯 다양한 참여방법이 시시각각 시도되면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민의식이 높아져 자정능력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 교수=SNS는 참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SNS 때문에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그러잖아요. 하지만 처벌 같은걸 무겁게 해놓는다고 해서 책임의식이 높아질까요.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임 교수=법으로 강제했을 땐 어느 정도 단속이 될지 모르지만 궁극적인 해결은 될 수 없습니다. 결국은 시민들의 의식이 계몽돼야 하는데 가정이나 학교, 직장, NGO들이 자꾸 나서서 캠페인을 벌이고 교육을 시켜야죠.
정리=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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