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여기저기서 한 말들을 모아 놓으면 이렇다. “일관된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 주택시장은 지속적인 안정세를 보여 왔다”, “무주택자 분양 당첨률이 99%에 이르는 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됐다” 그런데,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국지적으로 집값을 상승시키고 있다”, 또 “고분양가가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 “투기 자본들이 여전히 (강남에) 진입”하는 게 문제다. “실수요에 대응하는 주택공급은 충분한데 일각에서 공급부족론을 제기하며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것도 집값이 뛰는 원인이다.

그래서 정부는 결국 ‘12·16대책’까지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벌써 18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먼저 ‘주택시장은 최근까지 지속적인 안정세’였나? 올 상반기 서울 집값이 수치상 안정됐던 것 사실이다. 월간 기준 6월까지 하락했다. 그런데 이걸 안정세라고 볼 수 있을까. 논쟁거리다. 시장에선 주택시장 사이클상 여전히 상승세의 후반부라고 판단한 전문가가 많았다.

여전히 주택수요는 많은데, 9·13대책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잠시 대기 상태인 수요자가 많았다는 게 일선 중개업자 대부분의 전언이었다. 안정세가 아니라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는 거다. 언제나 강력한 정부 대책이 발표되면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까지 시장은 소강상태를 보인다. 이걸 '안정기'라고 판단할 수 있나.

‘시장이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건 어떤가. 현 정부는 이를 18번의 일관된 주택 규제효과라며 수시로 자랑한다. 아마도 맞을 거다. 다만 어떤 무주택 실수요자일까. 12·16대책 전 상황에서도 다주택자가 대출을 통해 집을 사긴 어려웠다. 대출 규제가 어느 때보다 막강해서다. 그래서 이 정부 들어선 언론에 유독 '현금부자 천하'란 표현이 많이 나온다. 수십대일, 수백대일의 경쟁률을 보이는 서울 및 수도권 인기지역 분양물량은 10억원 전후 현금을 가진 사람들만 노릴 수 있는 시대다.

이걸 정부는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자랑하고, 시장에선 현금부자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비판한다. 자랑한 만한 성과인가.

‘분양가가 집값을 올렸다’거나 ‘투기자본이 강남 집값을 상승 시킨다’ 같은 생각도 시장과 판단이 완전히 다르다. 강남 아파트 한 채만 분양하면 수만명씩 몰리는 시대다. 서울 웬만한 아파트는 분양가 규제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수억원씩 싸기 때문이다. 묵혀둔 청약통장을 들고 나와, 당첨만 되면 어떻게든 현금을 마련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로또 아파트를 누가 만들었나? 청약시장 과열분위기가 누구 탓인가? 투기 자본인가?

주택시장 취재 하다보면 듣는 이야기가 있다. 강남 아파트는 전국구라는 표현이다. 서울 사람 뿐 아니라 전국의 부자들이 강남 아파트를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국의 억대 연봉자, 지방에서도 돈을 좀 번다는 중소기업 사장, 신도시 개발로 토지보상금을 받은 토지주 등이 너도나도 강남 아파트를 사고 싶다며 은행PB 등과 상담을 하고 있다. 부동산 자산을 제외한 현금성 자산만 10억원 이상을 가진 부자가 대한민국에 30만명이다. 그런데 강남3구 아파트는 다 합해봤자 30만채가 안된다. 정말로 공급은 충분한 데 일부 투기 수요 때문에 강남 집값이 오르는 건가.

급기야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택부족론을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며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몰기 시작했다. 실수요에 대응하는 주택공급은 충분하단다. 정부는 서울 집값 적정 수요를 4만1000~4만5000가구 정도로 보고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이상없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주택 수요와 공급은 고정된 게 아니다. 상대적이다. 집값이 오르고 시장 상황이 좋으면 전세에 살던 사람들도 집을 사기 시작한다. 공급이 아무리 많아도 수요가 따라간다. 반면 집값이 떨어질 때는 집을 사려던 사람들도 멈춘다. 시장상황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공급이 줄어도 미분양이 넘친다. 전세만 오른다. 서울 자가보유율은 43%가 안된다. 수도권으로 확대해도 54% 수준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전세 등 임대로 사는 절반 이상이 여건만 되면 언제든 주택수요자로 돌변할 수 있고, 그저 세입자로만 머물 수도 있다.

연간 서울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엔 10만가구 이상씩 인허가가 났다. 2002년엔 16만가구나 됐다. 그렇게 많이 공급했는데도 미분양이 별로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울 주택 인허가는 급감했다. 2008년 4만8417가구, 2009년 3만6090가구까지 줄었다. 공급이 많았때와 비교해 5분의1수준으로 줄었지만 수요가 없어 미분양은 넘쳤다. 서울 집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2015년엔 다시 10만가구이상 인허가를 받고 분양했다. 2017년엔 11만3000여가구나 인허가를 받았는데도 미분양은 거의 늘지 않았다. 정부 말대로 실수요에 대응하는 서울 주택수요는 4만채 이상이면 정말로 충분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