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1순위 거주요건 강화
실수요자 “내 집 꿈 멀어져” 분통
“직장이 서울인데, 자금이 여유로웠으면 바로 서울로 갔죠. 못가니까 인천에 사는 건데, 이제 서울에 분양 받는 건 또 어렵게 됐어요. 청약 가점이 되고 안되고 문제가 아니라 아예 거주요건을 1년도 아니고 2년으로 강화하면, 40대 중후반까지 내 집이 없게 생겼는데… 너무 불안하네요”( 40대 무주택자 김 모씨)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투기적 요소를 막고자 내놓은 정책이 오히려 실수요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무주택에서 유주택으로 혹은 더 나은 주거 환경으로 이사하려는 수요자들의 길이 막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청약 시장에서의 거주요건 강화로 내 집 마련의 장벽이 높아진 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수도권의 투기과열지구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등에서 진행하는 주택 분양의 우선공급(1순위) 대상 자격을 기존 해당지역 거주 최소 1년에서 2년 이상으로 강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에서 예고된 것으로, 다음달 9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 후 약 한달여 뒤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의 거주요건 강화는 일부 지역에서 청약 당첨을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경기 과천시는 2018년 위장전입 적발 건수가 5건에서 지난해 10월 말 기준 67건으로 늘어났다. 동시에 전세로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세 가격도 급등했다.
그러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강화한 규정에 실수요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특히 이미 전입한 이들까지 2년 거주 의무가 적용되면서, 최근 이사한 이들의 불만이 크다.
국토부 게시판에는 “평생 서울에 살다 지방 근무 후, 다시 서울에 거주한 지 1년 째 청약에 넣을 준비만 하고 있는데 거주요건 2년으로 강화하다니…국민 모두를 투기꾼으로 보지 마라” “초·중·고까지 과천에 살다가 직장과 결혼 때문에 잠시 분당에 거주한 뒤 다시 청약 가능성이 높은 과천으로 이사온 지 1년을 겨우 채워가는 데, 2년으로 강화하는 것은 너무하다” 는 등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책으로 오히려 ‘주거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에 사는 무주택자가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분양 시장에서도 타 지역 사람 배제 요건이 1년에서 2년으로 강화되면서 서울 부동산 진입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로 ‘갈아타기’가 막힌 실수요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목동에 사는 이 모씨(38)는 “아이들도 크고 네명의 식구가 화장실이 하나인 집에서 살려니, 너무 불편해 이사하려 했다”며 “이 동네 집값이 올라서 30평대 이상은 15억원이 넘는데, 주택담보대출 금지라니 그럼 아이들 전학을 하면서까지 다른 동네로 가는 게 맞느냐”고 말했다. 그는 “대출은 금융기관에서 평가해 가부를 정하는 것인데, 정부가 일괄적으로 정하는게 타당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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