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돼지열병때 한달만에 조기차단…2019업무평가 43개 기관 중 유일 S등급…‘공익형직불제’로 WTO 부담 돌파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신년 특별대담에서 ‘공익형직불제’와 ‘사람 중심 농정’ 등 새해 주요 농정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신년 특별대담에서 ‘공익형직불제’와 ‘사람 중심 농정’ 등 새해 주요 농정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되자 방역당국과 양돈농가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ASF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방역방이 한번 뚫리면 급속 확산은 불보듯 뻔한 일. 스페인와 포르투갈에서 ASF 원상 회복에 무려 36년이 걸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안감은 역대급이었다.

그런데 국내 첫 확진 발생후 한달만인 지난해 10월 9일이후 돼지농장에서 추가 발생이 없어 방역에 사실상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발생 국가 중 최단기 소강상태 진기록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ASF 모범 방역 사례가 만들어지기까지에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링커투혼’이 있었다. 지난해 9월 3일 취임한 김 장관은 업무 시작 2주만에 ASF 사태를 맞았고, 두달가량 노란색 비상근무복 차림에 새벽과 저녁 매일 하루 두 차례 방역 점검 회의를 빠짐없이 주재하며 발병지역인 경기와 강원 지역을 그림자 없이 찾기도 했다. 직원들과 주변에서 건강을 걱정하자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아플 자유가 없다”며 링거를 꽂아가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김 장관은 17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긴장땜에 강도높은 업무를 수행할 때는 절대 아플 수 없다”면서 “와중에 아픈건 정신력이 문제”라고 강변을 쏟아냈다. 바쁠 때일수록 건강을 미리 챙겨 업무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프로다운 공직자의 역량이라고 단언했다.

김 장관은 일욕심이 많아선지 실제로 일복 많기로 소문나 있다. 농식품부 차관보 재직 시인 2016년 11월에는 전국적으로 확산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을 주도했다. 2년여 차관재직땐 5개월여 장관직무대행까지 겸하며 ▷살충제 계란 파동 ▷무허가 축사 적법화 ▷AI·구제역 확산 등 대형 현안들을 하나하나 성공적으로 돌파해냈다. AI 발생건은 전년 대비 10% 수준을 유지했고, 구제역은 발생 한 달 만에 시장정상를 이뤄냈다. 장관 취임직후엔 없던 태풍이 3차례나 몰아쳤고 여기에 ASF까지 덮쳤던 것.

대형 악재에 직면할 수록 김 장관의 능력은 빛을 발했고 무패를 이어갔다. 좌우명을 묻자 ‘후회하지 말자’로 즉답했다. “그러자면 첫째, 꼼꼼해야되죠. 빈틈을 찾아서 매워야합니다. 두 번째, 여러사람의 의견을 듣자입니다. 이번에 전국 각지 방역 전문가 10명에게 의견을 청취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채워주더군요. 세 번째, 결정에 뜸들이지말자죠. 타이밍을 놓치고 후회하면 소용없습니다. 매사…”

이런 노력의 결과일까. 농식품부는 최근 정부업무평가(2019년도)에서 43개 기관 중 유일하게 최우수 등급(S)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의 기쁨을 감추지 못한 듯 김 장관은 내친김에 임기동안 반드시 하고 싶은 일로 3가지를 꼽았다. 우선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막는데 급급한 현재 방역 체계를 선제 대응으로 발생 자체를 막는 시스템화하는 것, 또 올해 본격 시행되는 공익형 직불제를 통해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완성하는 것, 마지막으로 청년들이 두려움 없이 농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4차 산업혁명과 농업·농촌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 첫 걸음, 공익형직불제= “공익직불제는 쌀 중심의 농업 구조를 개편하고, 중소규모 농가의 소득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를 통해서 국민이 기대하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제고할 것으로 확신합니.”

공익형직불제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농정 틀 전환’의 핵심과제다. 현재 변동직불제도와 고정직불제도는 전체 농가의 55% 정도인 쌀 농가에 직불금의 80%가량이 지급돼 쌀에 직불금이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쌀 수요가 줄어 재고가 쌓이는데도 직불금을 지원함으로써 오히려 과잉 생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배 면적이 상위 7%인 대농이 직불금의 40% 가까이를 가져가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다는 문제도 있다.

농업계는 공익형 직불제가 시행되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제한하는 허용보조금 문제에서도 부담을 덜게 된다. 쌀 가격과 연계해 소득을 보전하는 현행 제도는 WTO 농업 협정상 감축 대상이며 1년에 1조49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은 지급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공익형 직불제는 그런 한도에 상관없이 농업인 소득을 보전할 수 있다. 지난 2일 ‘공익직불제 시행 추진단’ 을 발족해 공익형직불제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공익직불제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농업인들이 많이 걱정하고 계시는 부정수급 방지방안, 쌀 수급안정방안도 함께 마련할 것 입니다. 특히 비농업인의 부정수급 증가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농업경영체 등록 정보와 직불금 등 각종 사업의 신청 정보를 일원화하고 통합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을 오는 3월까지 구축할 계획입니다.”

▶ ‘농업이 미래를 여는 열쇠’…4차산업에 농업·농촌 접목=스마트팜도 김 장관의 역점 사업이다. “우리 농식품 산업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수요를 반영할 때 농업은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겁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스마트팜이 대세이듯 첨단기술과 농업의 접목은 필연이지요.”

농식품부는 청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시험무대로 충남 부여·전남 고흥·전북 김제·경북 상주·경남 밀양 등 4개 지역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2022년까지 구축하게 된다. 이를 통해 2018년 말 총 4900ha이던 스마트팜 재배면적을 2022년까지 7000ha까지 확대한다.

또 기존 농업인이 수출전문 스마트팜 사업을 지원받아 온실을 설치할 경우 파프리카 50%, 토마토 40% 이상을 의무수출하도록 했다. 스마트팜의 주력품목인 파프리카는 지난해 중국 수출길이 열리며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이 신선 식품의 호조에 힘입어 70억3000만달러(약 8조2000억원)로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신선 식품 수출액은 처음으로 13억달러(약 1조5200억원)를 돌파했다. 이 가운데 주력 품목인 인삼류와 김치가 각각 2억달러(약 2300억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넘어섰고, 딸기와 포도는 수출 증가율이 각각 14.7%, 64.3%에 달했다.

또 김 장관은 기능성식품, 간편식품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5대 유망식품분야를 집중 육성,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5대 유망식품분야는 맞춤형·특수식품, 기능성식품, 간편식품, 친환경식품, 수출식품 등이다.

“식품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능성 소재와 제품 개발 등을 지원하고,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 허용 등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한 규제제도를 정비하겠습니다. 이와함께 식품산업의 성장에 발맞춰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체계도 갖춰 나갈 것 입니다.”

▶농업·농촌 정책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다=“농업·농촌 정책에서 경제적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가치’ 구현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올해부터는 사회적 농업을 확대·발전시켜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농업을 통해 농촌에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겁니다.”

농업을 매개로 고령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사회 서비스나 자립 기회를 제공하거나, 로컬푸드를 통해 중소농의 판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농식품부는 지난달 충남 공주 농업회사법인 아띠 등 사회적 농장 12곳과 권역별 거점농장 4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사회적 농장은 사회적 농업 활동 운영비와 네트워크 구축비, 시설 개선비 등으로 개소당 연 6000만원(국고 70%, 지방비 30% 보조)씩 최대 5년간 지원받는다. 사회적 농장은 농업 활동을 통해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돌봄·교육·고용 등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특히 소량생산하는 중소농업인의 판로를 지원해주는 로컬푸드 사업은 사회적 가치 추구에있어 효자다. “유통 소외층인 노령 또는 중소농업인들은 기존 유통 구조에서 판로확보가 힘듭니다. 그러나 로컬푸드 사업에서는 이들이 출하 우선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가 있는 유통구조 구축에 의미가 큽니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의 익명성이 없다는 점에서 ‘얼굴이 있는 생산’으로 안전한 먹거리 체계를 구축하는 촉매제인 셈이죠.”

로컬푸드를 포함하는 푸드플랜의 경우, 문 정부의 국정과제로 먹거리의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연계하는 로컬순환시스템 구축을 위한 종합 전략을 지칭한다. 먹거리를 중심으로 교육, 문화, 복지, 환경 등 사회 전반을 연계하고 통합하는 순환적 경제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4년차를 맞아 이젠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단순히 열심히 뛰기 보다 죽기살기로 달라붙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팀장제 도입, 과감한 인센티브 부여 등 장관으로서 할수 있는 일을 후회없이 해 나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취임후 얻은 별명 ‘일현수’다운 면모가 인터뷰 내내 유감없이 드러났다. 정리=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