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5개월 만에 '개선' 단어 내세워
2019년 4~10월 '경기 부진' → 2019년 11월~2020년 1월 '완만히 증가'→ 2월 '경기개선 흐름'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들썩이는 가운데 정부가 우리 경제를 진단하면서 예상밖으로 '경기개선'이라는 표현을 내세웠다. 1년 5개월 만에 분명히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간한 '2월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지난해 4분기 생산·소비·설비투자 증가세가 이어졌다"며 "12월에는 경기동행·선행지수가 동반 상승하는 등 경기개선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매달 발간하는 그린북은 경제 흐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담고 있다.
이러한 경기 인식에 대해 엄중한 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경기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은 1년 5개월 만이다. 지난 2018년 9월까지 '경기회복 흐름'이라고 판단하다 그 해 10월부터는 긍정적인 표현이 사라졌다.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은 '부진'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다 11월부터 '완만히 증가', '점차 부진에서 벗어나' 등 긍정적 진단으로 바뀌었다.
경기가 견고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표현을 강하게 내세웠다. 기재부는 "올 들어 D램 반도체 고정가격이 소폭 상승 전환되고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지속기간에 따라 중국 등 세계 경제의 성장 및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이 제약받을 수 있다"고 짧게 단서를 달았다.
이러한 정부의 판단이 한가하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물론 판단 근거가 12월 통계이고,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경기바닥론이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현재와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5개월만에 동반상승했고, 생산·소비 등 지표서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하지만 한 달 새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코로나19 전파에 따라 온 세계가 경기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2.8%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 손실이 2003년 사스(SARS) 때처럼 불어날 것으로 봤다.
투자은행(IB)인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등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세계 경제의 성장률을 0.3%포인트 내리는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우리 경제는 중국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소재·부품 수입액(1708억달러)의 30.5%를 중국이 차지했다. 대중 수출 의존도의 경우 반도체는 39.9%, 합성수지는 34.7%에 달한다.
중국 경제가 가동을 멈췄고, 국내 소비 심리도 얼어붙은 상황에서 경기개선을 언급하는 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KDI 경제동향 2월호'를 통해 "경기 부진이 완화됐으나, 신종코로나 확산이 향후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관광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고, 중국 경제성장률이 대폭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되려 다시 침체 국면으로 들어서는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만약 다시 더블딥이 오거나 부진으로 돌아선다면 경기 순환상 최장 기간 수축기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국경제는 2013년 3월 저점을 시작으로 '제11순환기'의 상승기에 있다가 2017년 9월 정점을 찍은 뒤 27개월째(12월 기준) 수축 국면에 머물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짧은 시간 동안 상황이 완전 바뀌었다"며 "메르스 때도 더블딥을 겪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코로나19 때문에 수출, 소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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