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 경영진 추천후보 신임

사상초유 이사회 마비사태 모면

조용병·손태승 연임가도 파란불

하나금융지주 주주들이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추천 이사후보에 신임을 보냈다. 단독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했지만,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국민연금 주장대로 부결됐다면 하나금융은 사상 초유의 이사회 기능 마비 사태에 처할 수 있었다.

공적연금이 막강한 영향력만 믿고 일반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 없이 ‘나를 따르라’는 식의 행보를 보인데 대해 시장이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일방적으로 내주 열릴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주총에서 최고경영자(CEO) 안건도 무난히 처리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20일 서울 명동사옥에서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 및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로써 하나금융 사외이사 전원은 연임에 성공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회장의 후임을 결정할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될 전망이다.

이번 주총은 ‘5% 룰’이 완화된 후 처음으로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리였다. 일반 주주들은 전자투표가 가능해 사실상 시장과 공적연금의 대결이었다.

지분 9.94%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은 전날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감사위원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유 설명은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고,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단 한 줄 뿐이었다.

하나금융그룹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증권(DLF)과 채용비리를 겪은 사실이 배경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일반 주주들고 익히 하는 내용이다. 66.87%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 대부분도 국민연금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나금융 정관상 이사회 구성요건은 사외이사는 3명 이상, 전체 이사수의 과반이상이다.

경영진 추천 이사 전원을 거부하는 국민연금의 주장이 관철됐다면 하나금융 이사회에는 김정태 회장과 차은영 사외이사만 남게 될 뻔 했다.

내주 신한지주와 우리금융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이 다른 주주의 지지를 못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신한금융은 국민연금이 9.76%의 지분을 갖는 최대주주이며, 블랙록 펀드가 6.13%, 우리사주조합이 5.07%를 보유 중이다.

외국인 지분이 60%가 넘지만 신한은행을 설립한 재일교포 지분만 전체 주식의 약 15%를 점유하고 있다. BNP파리바 등도 현재 조용병 회장 연임을 추천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조 회장 연임에 찬성 위임장을 전달한 기관도 상당수 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의결권을 위임한 기관들과 외국인 주주들의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아닌 이상 안건에 반대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국민연금(7.71%)이 예금보험공사(17.25%)에 이은 2대 주주다. 과점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다.

공적기구인 예보의 행보가 변수지만, 이사회에 참여해 손태승 회장 연임추천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자기부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예보의 이탈만 없다면 손 회장의 과반확보는 무난하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