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개 중소·벤처사 일괄 매각
“코로나 대응 자금확보용” 분석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기업 주식을 최근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대규모로 보유 회사를 매각하는 일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90개 비상장 중소·벤처기업 발행 주식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잠재투자자들에게 입찰의향서를 제출받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매각 완료를 눈 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90개 기업은 바이오, IT, 음식료 등 여러 업종에 걸쳐 있다. 기술개발 단계에 있어 매출이 거의 나지 않는 회사부터,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도 있다. 주류업체 국순당의 관계사인 배상면주가(매각주식 63만8310주, 지분율 10.64%)나 차바이오그룹의 계열사로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주목을 받은 바 있던 차백신연구소(50만주), 언론사인 이데일리(33만주) 등 다양하다.
산은 측은 “2015년께 금융위와 감사원에서 역량 강화 등의 차원에서 비금융 회사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고 해 정관 등을 개정해 장기 보유 주식을 매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이와는 별개로 게임 개발사인 이스트인터랙티브의 지분(10만주, 9.2%)도 이달 들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회사들은 비상장사들로 시장에서 가치가 매겨져있지 않고, 현재 실적보다는 앞으로의 성장성에 기대 가치가 평가되는 회사가 많기 때문에 명확한 매각가를 측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이보다는 몸집이 큰 대형사들도 줄줄이 매각하고 있다.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해왔던 KDB생명보험 매각을 위해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주주가 된 한진중공업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산은은 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액 총 240조원 중 4분의1인 60조원의 조달 및 집행을 담당한다. 해당 자금이 법 개정 및 국회 동의 등을 거치느라 시간이 걸리는 사이 긴급하게 자금을 필요로 하는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도 해줘야 한다.
정부는 3차 추경을 통해 출자를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얼마만큼의 자금이 더 필요할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실탄을 가능한 최대한으로 비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매각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제값을 받고 기업을 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투자한 지 오래된 회사들이나 시장에 내놓을 정도로 여건이 갖춰졌다고 판단되는 회사는 주기적으로 매각하고 있다”며 “매각 자금은 다른 투자를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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