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재난문자 3월 4404건·5월에도 2456건 발송
기본 방역수칙 담은 안전안내문자 상당수…피로도↑
“재해 등 위급한 내용이나 긴급재난문자조차 확인 안하게 돼”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일요일이었던 지난 14일 회사원 심모(24)씨의 휴대전화에는 오전 10시께 ‘삐~’ 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전화가 울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주말외식할 때 지킬 에티켓! ①마스크/손위생은 기본 ②개인접시에 덜어먹기 ③술잔 돌리지 않기 ④식사 중 대화 자제 등 실천바랍니다’라는 방역 지침 관련 안전 안내 문자가 전송된 것이었다.
하지만 심씨는 주말을 맞아 집에서 영화를 즐기다가, 1시간가량 지나서야 해당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는 “워낙 비슷한 안전 안내 문자가 많이 와 무덤덤해진 탓인지 (문자메시지가)온 줄도 몰랐다”며 “아직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만만치 않은데 자칫 중요 정보가 담긴 다른 재난 문자(메시지)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심씨처럼 잇따르는 안전 안내 문자 때문에 안전 불감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이었던 지난 1월 전국적으로 134건 발송됐던 재난 문자는 코로나19가 발호하면서 송출 빈도가 크게 늘었다. 지난 2월에는 1577건이었다가, 일일 확진자 수가 거의 연일 세자릿수를 기록했던 3월에는 무려 4404건까지 늘었다. 지난 1월에 비해 약 33배 증가한 수치다. 지난 5월에도 2456건이나 발송됐다.
재난 문자는 긴급 재난 문자 방송(CBS·Cell Broadcasting Service) 서비스 송출을 통해 발송되며, 전쟁 상황, 자연재해, 기상특보 등의 내용이 담긴다. 등급에 따라 재난 문자는 위급 재난, 긴급 재난, 안전 안내 등으로 나뉜다. 긴급 재난 문자는 지진 등 주로 자연재해 내용을 담고 있으며, 코로나19의 경우 대부분 안전 안내 문자가 발송된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것은 안전 안내 문자이다. 심씨의 사례에서 보듯 일부 안전 안내 문자가 기본적인 방역 수칙 정도만 담고 있어 중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전 안내 문자 중에서도 확진자 동선 등 긴요한 내용을 담은 메시지나 자연재해 등을 알리는 긴급 재난 문자 등과 구분이 안 돼 주요 정보를 놓치기 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확진자 동선 등을 문자메시지로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안전 안내 문자 발송 건수가 급증했다. 안전 안내 문자가 일상이 된 것이다. 그 탓에 “원론적인 방역 지침 안내 문자 때문에 정작 확진자 동선이 담긴 안전 안내 문자나 자연재해 등 긴급 재난 관련 문자를 확인하지 않게 된다”며 안전 안내 문자 남용에 따른 안전 불감증을 호소하는 목소리가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대학생 서모(24)씨는 “지난 5월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지진 긴급 재난 문자를 받았지만 지하철 승객들이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안전 안내 문자 때문에 ‘지진 알림’과 같이 긴급 재난 문자도 확인을 안 하게 돼 버린 것”이라며 “안전 안내 문자 남용으로 정작 위급한 상황일 때 시민들이 긴급 재난 문자를 무시해 버릴까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방역 수칙 중 마스크 착용을 강조한 안내 문자만 6월 한 달간 총 73건이나 발송돼 안전 안내 문자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44)씨도 “마사지숍에서 일할 때 방해되고 손님들도 깜짝깜짝 놀라 안전 재난 문자를 차단해 놓은 상태”라며 “기본적인 방역 지침 관련 안전 문자가 자주 오다 보니 동선 확인 문자도 제대로 보지 않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재난 관련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행안부 차원에서는 질병관리본부와 홍보 TF를 구성해 필요에 따라 언제 몇 번 방역 수칙에 관한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낼지 결정한다”며 “잦은 발송으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도 있겠지만 다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이 같이 안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초기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안전 안내 문자가 시민들에게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방역이 보편화돼 있어 방역 수칙 안내에 대한 문자를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시민들이 재난 문자 알람 소리만 들어도 ‘코로나19 확진자 안내’라고 여겨 실제 화재가 발생해 재난 문자가 발송됐을 때 혼동할 상황이 생긴다”며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알려줄 필요가 있지만 모든 정보를 다 재난 문자로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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