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심위를 보는 전문가들 시각
글로벌 기업 임원 “Let him alone
외국서는 상상도 못할, 이례적인 일”
민사재판서 해소된 논란 형사기소 추진
경제계 법학계도 “혐의 납득 힘들어
공사수주 先공시 했다면 그게 더 문제”
4년째 수사 시달려 경쟁사만 도운 꼴
“Let him alone(그를 내버려 둬라).”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타당성을 논의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계 기업 임원은 4년째 지속된 삼성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두고 이같이 평했다. 그는 민사재판이 끝난 상황에서 기업 총수에 대한 장기간의 수사와 형사 기소를 강행하는 현 상황을 외국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다고 했다.
재계 1위 총수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초미의 관심 속에 마침내 열리자 검찰과 삼성 변호인단은 최대 쟁점인 시세조종과 주가조작 혐의 적용의 정당성을 두고 심의위원들 앞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삼성물산이 합병 발표전 카타르 화력발전소 수주 공시와 관련해 LNPT(제한착수지시서)를 받은 상황에서 공시하지 않고 7월 LOA(낙찰통지서) 당시 공시한 것이 합병전 호재성 정보를 숨기고 이후 발표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가를 낮췄다며 시세조종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제계와 법학계에서는 검찰이 적용한 시세조종과 주가조작 논리를 좀처럼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찰이 적용한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들이 자본시장의 기본 작동 원리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이를 경영권 승계와 연관 짓는 것은 더욱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정 동국대 교수(법학과)는 “합병비율의 공정성이라는 게 두 회사의 주가만으로 단순 비교할 순 없다”며 “내재된 장래 실현가치가 계산돼야 하는데 삼성물산처럼 덩치가 큰 상장기업의 주가를 시세조종하기는 자본시장법상 어렵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법학과)는 “검찰이 삼성에 적용한 혐의점은 수주 공시지연 등으로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는 것인데 호주광산은 나중에 망했듯 미래성이 없었고, 카타르공사의 경우 본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선(先)공시를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시세조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기소 시점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로 정부가 100조원이 넘는 지출을 했는데 기업을 옥죄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것이고 특히 기업의 총수가 기소되면 대외적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고용촉진을 위한 응급수혈을 하고 있는데 혈장을 만들고 있는 혈액원을 지금 이순간에 문을 닫게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경제계에서도 검찰의 기소 강행에 극도의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이날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강제성이 없어 검찰이 기소로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심리가 이뤄질 경우 이 부회장은 물론 전현직 임직원들은 매주 2~3회꼴로 재판정에 설 수밖에 없고, 재판 준비를 위해 기업 활동에 지장이 불가피할 것이란게 재계의 중론이다. 앞서 이 부회장 2016년 국정농단 사태때부터 최근까지 검찰과 특검 소환조사만 10회, 재판은 76회를 받았다. 1심 재판 시간만 477시간에 달하며 경영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거스른 적은 없지만 워낙 여론의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기소 가능성도 있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와 미·중무역 갈등 등 초유의 위기상황에 재계 1위 총수의 경영공백은 삼성은 물론 경제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 반도체인데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는 대만 TSMC와 같은 경쟁기업들만 유리하게 할 것”이라며 “반도체는 특히 수십조 단위 대규모 투자라 총수의 적기 결단이 필수적이다. 삼성의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도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수사심의위의 최종 결론은 대략 오후 6시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천예선·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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